가구당 수익 5억? 은마 가능하지만…'재건축 황금알' 두 얼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3. 8. 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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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지난 2월 서울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재건축 정비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4424 가구가 재건축 후 5778 가구로 늘어난다. 주민들은 주민 몫과 공공임대를 제외한 771가구를 일반분양해 1조5000억원 정도의 분양수입을 올릴 수 있다. 가치를 22억원으로 평가받는 기존 집에 1500만원만 보태면 전용 84㎡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다. 새 아파트 시세는 31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22억1500만원을 31억원으로 바꾸는 셈이다. 은마는 아직 조합 설립 전 단계라 재건축이 끝나려면 멀었지만, 현재 시점 기준으로 사업성을 추정한 결과다.

「 용적률에 달린 재건축 사업성
정부, 법적상한 150%까지 추진
도심 주택공급엔 도움 되지만
쾌적성 저하 등 부작용도 많아

역세권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로 도심 주택공급이 크게 늘고 분양가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연합뉴스

이런 재건축 ‘황금알’의 비밀은 용적률이라는 건축 규제에 숨어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을 말한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지을 수 있는 건축면적과 주택 수가 늘어난다. 현재 204%인 은마의 재건축 용적률은 300%다. 건축면적이 21만㎡ 증가하며 집을 1354가구 더 짓는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분양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에 용적률은 정비사업에서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조합이 벌인 논란의 쟁점도 용적률이었다. 서울시(300%)와 조합(360%) 간 용적률 격차를 분양수입으로 환산하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 ☞용적률이란

「 땅 위에 지을 수 있는 주택 수·층수 등 건축규모를 결정한다. 지상층의 층별 바닥면적을 합친 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용적률이 200%이면 1000㎡ 대지면적에 건물 2000㎡를 지을 수 있다. 100㎡ 주택 20가구에 해당한다. 한 층에 4가구씩 들이면 층수를 5층까지 높일 수 있다. 용적률은 밀도 관리를 위해 주거지역·상업지역 등 용도지역별로 다르다.


은마 용적률 500%면 수입 2조 늘어

용적률이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도심 정비사업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보니 역대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다.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을 25% 완화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도를 법적상한까지 올렸다. 3종주거지역의 경우 서울시 한도가 250%이지만, 법적상한은 300%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에 법적상한의 120%까지 풀었다.

현 정부는 법적상한 초과 용적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달 공포된 정비사업 관련 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역세권 민간 사업장에서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0%까지 올리거나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재건축 사업성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은마로 시뮬레이션해봤다. 용적률이 360%로 올라가면 전용 59㎡ 1800여가구를 더 짓는다. 이중 용적률 완화 대가로 내놓는 공공주택 기부채납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1000가구가량이다. 건축비 등 제반 비용을 빼면 분양수입이 1조원 가량 늘어난다. 500%가 되면 일반분양분 증가분이 2900가구 정도이고, 분양수입 증가액이 2조원(주민 당 5억원) 정도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업 주체인 주민은 사업성을 높이고, 시장은 주택공급 확대로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어 용적률 확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법적상한의 150%까지 추진하고 있다.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서다. 3종주거지역이 450%까지 가능해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도시 기존 용적률이 대개 서울 도심 재건축 추진 단지들보다 높아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택공급 확대 효과를 높이려면 용적률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시세 70% 이하로 공공주택 공급

용적률 완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또 다른 효과가 분양가 인하다. 강남 등 분양가상한제지역에서 건축면적이 같아도 용적률이 올라가면 대지지분이 줄어 택지비가 내려가게 된다. 용적률이 300%에서 360%로 올라가면 필요한 대지지분이 20%가량 줄어든다.

용적률 완화 대가로 짓는 공공주택 분양가는 훨씬 더 저렴하다. 서울의 경우 용적률 완화분의 절반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택은 분양·임대 각 절반씩이다. 정부는 공공분양 분양가를 일반적인 공공분양이나 분양가상한제 민영주택보다 낮춘 주변 시세의 70% 이하(나눔형)로 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토지를 임대하고 건축물 가격만 받는 토지임대부로 공급할 수도 있다.

차준홍 기자

은마가 정비계획에서 용적률 300%로 예상한 일반분양가는 3.3㎡당 7100만원이다. 용적률이 360%이면 6100만원, 500%이면 4800만원으로 내려간다. 공공분양 나눔형 분양가는 용적률 360%에서 4900만원, 500%에서 3800만원 정도다. 토지임대부 경우엔 1500만원 정도다. 전용 59㎡의 분양가는 현재 17억원 수준. 같은 형의 아파트를 용적률 완화 후 토지임대부로 공급하면 3억6000만원까지 될 수 있다.


쾌적성 떨어지고 재건축부담금 늘어

하지만 용적률 상향에는 주거환경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고밀 개발에 따라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 동 개수가 늘어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게 되면서 녹지공간 등이 줄어든다. 층수를 높이면 동수를 줄일 수 있다. 초고층 개발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가구 수는 주변 도로 등 기반시설의 부담을 가중한다. 사업부지 일부를 공공시설로 내놓기도 하지만 주거여건이 나빠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재건축 개발이익에 부과되는 재건축부담금이 불어날 수 있다.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로 많이 늘어날 개발이익의 공공기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용적률 완화가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집값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집값이 많이 내린다면 용적률 완화로 인한 사업성 개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고밀개발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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