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제가 견고하지 않다는 것"…'10월 퇴진설'의 의미

고수정 2023. 8.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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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 "터무니없는 얘기" 일축했지만…당은 연일 술렁
李 사법리스크 재점화 인한 그립감 약화 방증했단 해석
일각선 "총선 출마 패널이 당 흔들어 이득 취하려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0월 퇴진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재명 체제'가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설 같은 얘기에 당이 흔들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대표가 퇴진을 직접 거론할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더라도, 사법리스크 재점화에 따른 당내 그립감 약화가 퇴진설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10월 퇴진설'은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와 총선 등을 고려해 10월께 2선으로 물러나고 친명(친이재명)계가 차기 당대표로 김두관 의원을 민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확산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김두관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친명계 핵심이자 당 대표 정무조정실인 김영진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퇴진설의 배경에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 재점화가 있다. 검찰이 최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8월 중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에도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퇴진설을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은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에 연일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소설 같은 얘기에 당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재명 체제가 견고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친명계가 주류로 분류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 측근이라고 할만한 의원은 다 해봤자 전체 의원 중 소수다. 오히려 중간지대에서 관망하는 의원이 더 많다"며 "당내에 자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이 대표의 거취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소설 하나가 정통성 있는 당의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건 이 대표 때문"이라며 "이 대표는 개인기에 의존하고, 메신저로만 활동하고 있다. 사법리스크 당사자인 이 대표가 계속 이슈를 이끌어가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현 민주당 지도부 체제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퇴진설이 등장했다고 봤다. 다만 엄 소장은 "'이재명 당'으로 만들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해야 하고, 총선에서 질 경우에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10월에 퇴진하면 두 가지 모두 할 수 없다. 퇴진설은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퇴진론이 성립되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8월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게 되면 어떤 방향으로 처리가 되느냐,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처리가 되느냐 이런 걸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데 다짜고짜 10월 퇴진론은 이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노리는 한 인사가 '10월 퇴진설'을 만들어냈다는 말도 나왔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 유튜브 방송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에 출연해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해서 출마를 해온, 또 하려고 하는 그런 패널 한 사람이 그러한 얘기를 하니까 이게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여야 정치권이 항상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되니까, 지도부를 흔드는 건 사실"이라며 "아마 그 사람도 굉장히 공천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흔들어서 돌아오는 이득이 뭘까, 또 자기하고 가까운 분이 (당대표가) 되면 좋겠다하는 희망사항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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