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성관계 탓이었나…日 뒤집은 '머리없는 시신' 전말

초등학교 시절의 다무라 루나(왼), 그의 아버지 다무라 슈. 사진 뉴스포스트세븐 보도 캡처

일본 삿포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머리 없는 시신’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생전 ‘여장 남자’로 활동했고, 이것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일본 뉴스포스트세븐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홋카이도 경찰은 지난 24일 사체손괴 및 유기 혐의로 다무라 루나(29·여)와 그의 아버지이자 정신과 의사인 다무라 슈(59)를 체포했다. 다음 날에는 루나의 어머니인 다무라 히로코(60)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피해자 A씨(62·남)의 절단된 머리로 추정되는 신체 부분을 다무라 가족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성 정체성 인식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던 루나는 지난 5월 말 스스키노의 한 클럽에서 A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루나가 A씨와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가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루나의 할아버지는 한 매체에 “루나는 남자를 싫어했다. 루나는 클럽에서 만난 A씨가 여성 옷을 입고 있어서 여자라고 생각했다”며 “(A씨가) 둘이서 가기 좋은 곳이 있다면서 러브호텔에 데리고 갔고, A씨는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남자로 본색을 드러내더니 루나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지 매체는 이 과정에서 A씨가 루나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고, 이를 빌미로 루나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스토킹을 했다고 보도했다.

루나의 할아버지는 “루나에게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A씨가)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해서 혼자서 해결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A씨는 이 약속을 어기고 루나에게 계속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장을 좋아하는 A씨는 자주 방문하던 스스키노의 한 클럽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출입이 금지된 유명인이었다. 루나가 A씨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무라 일가족에게 살해당한 A씨(오른쪽). 사진 뉴스포스트세븐 보도 캡처

실제로 사건이 일어난 지난 1일, 삿포로에서 열린 한 디스코 행사에 참여한 A씨는 은색의 반짝이는 크롭톱을 입고 화려한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행사를 즐기던 A씨는 이후 루나와 함께 호텔에 들어갔다가 살해당했다.

경찰은 A씨가 살해당하기 전 루나의 아버지 슈가 매일 집 앞에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 이전에 A씨가 다무라 가족의 집에 난입했고, 슈는 그가 다시 집에 올까 봐 두려워 문 앞에서 식사하며 딸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범행 계획은 아버지인 슈가 짜고 실행은 딸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