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선임 앞둔 KT…주가 꿈틀거리네
다만 새로운 CEO 선임이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후 경영 초점을 올해가 아닌 내년, 내후년에 맞출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신 본업의 성장률이 둔화되며 감익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부담 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CEO 선임이 완료된 후 어떤 메시지로 실적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느냐가 향후 KT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가 발목 잡은 경영 공백
8월 말 새 CEO 선임 예정
7월 25일 종가 기준 KT 주가는 2만9500원이다. 연초 대비 약 13%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8% 상승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상반기 통신주 주가가 대체로 부진했지만, 같은 기간 SK텔레콤(-5%)과 LG유플러스(-9%)와 비교해도 KT의 주가 약세가 두드러진다.
KT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CEO 공백 리스크가 지목된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가 지난 2월 연임을 포기한 이후 여전히 CEO를 선임하지 못했다. 구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연임 의사를 밝혔으나, 지분이 없는 구 전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 등 경영권 전횡을 일삼는다는 여당과 대통령실의 반발로 끝내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후 구 전 대표 측근인 윤경림 전 KT 사장이 차기 대표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윤 전 사장마저 중도에 물러났다. 지난 3월 말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지만, 대규모 투자와 임직원 인사가 모두 연기되는 등 여전히 경영 전반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해 말부터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27일 3만6300원으로 거래를 마친 KT는 국민연금이 구 전 대표에 반대 의사를 밝힌 12월 28일 주가가 7% 빠졌다. 올 들어서도 주가는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며 7월 말까지 3만원 선 근처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영 공백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KT는 지난 7월 12일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공개 모집을 마감하고 총 27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8월 첫째 주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8월 말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표 선임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CEO 부재로 인한 여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동안 경영 공백으로 KT의 탈통신 전략은 힘을 받지 못했고, 배당 정책이나 구조조정 등 경영 방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새 대표 선임 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사들은 속속 KT의 EPS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반기 신사업 확대와 주주 환원 정책 등이 기대된다는 이유가 달린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등 3곳의 증권사가 KT의 EPS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김지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KT의 주가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CEO 공백 리스크였다”며 “새 대표가 선임되면 경영 방향성 부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외국인 투자 심리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동안 주주 환원 등 중요한 정책들이 결정되지 못했는데, CEO 선임과 함께 이런 부분들이 해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본업 성장 둔화도 고민거리
다만 CEO 선임이 반드시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적합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신임 대표가 미래 실적에 방점을 두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꺼낸다면 주가가 투자자 기대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먼저 누가 신임 대표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주가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소액주주에게 인지도가 높은 CEO가 선임된다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인사가 선임되거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생한다면 주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신임 CEO가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시장에서는 새 대표가 보다 장기적인 비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본다. 경영 방향도 그에 맞춘 정책을 펼칠 것이 유력하다. 이 역시 주가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새 대표가 시장에 내놓는 메시지의 중요성도 크다는 의미다.
통신 본업의 성장 둔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미 통신업은 성숙기에 진입해 큰 폭의 성장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내년부터 이동전화 매출액 성장폭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건비·마케팅비·감가상각비의 추가 감축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악재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7월 6일 통신 3사를 대체할 신규 사업자 지원과 알뜰폰 사업자 육성을 골자로 하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저렴한 5세대(5G) 알뜰폰 요금제 출시, 유통망 추가 공시지원금 상향, 초고속 인터넷 약정 위약금 완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은 KT에 뼈아플 수밖에 없다. 가입자 이탈과 마케팅비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정책 기조가 사업자 간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존 통신 3사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최근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라면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금에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통신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갈수록 KT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KT 2분기 실적은 매출 6조5289억원, 영업이익 5152억원이다. 연말로 갈수록 영업이익 전망치는 낮아진다. 증권가는 KT가 3분기 4774억원, 4분기 30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일각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단기적으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KT의 2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반등하면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올해 KT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는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을 필요가 있다. 기존 주주들은 3만2000원 수준에서 매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KT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CEO 공백 리스크가 해소되는 동시에 신사업의 성장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새 대표 선임 시 주요 신성장 산업과 관련된 의사 결정이 신속히 재개될 것”이라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와 KT클라우드의 고성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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