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잡은 日 전술이 독일전 힌트..."유종의 미 위해 끝까지 응원을" [이민아 女월드컵 관전평]

피주영 2023. 7. 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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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 지소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뉴스1

이보다 더 아쉬운 경기가 있을까. 모로코와의 2차전(0-1패)에서 우리 선수들 플레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콜롬비아와의 첫 경기(0-2패)와 달리, 빠르고 짧은 패스 위주로 공격 주도했다. 다만 경기 전 임선주가 갑작스럽게 다치면서 경기 초반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수비에서 한두 차례 실수가 나왔는데, 이때 실점했다. 그 이후엔 우리의 페이스였다. 상대는 이렇다 할 공격 한 번 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만들고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패 뒤에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3차전 상대는 세계 최강 독일이다. 겁먹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2018년 러시아 남자 월드컵을 떠올리면 된다. 당시에도 한국은 독일과 3차전을 치렀다.

모로코전은 단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후 한국은 경기를 주도하고도 이기지 못했다. 연합뉴스

물론 디펜딩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한국이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카잔의 기적'을 썼다. 이번에도 우리가 독일을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독일은 2차전에서 콜롬비아에 패하면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골리앗' 독일을 잡을 방법은 이번 대회 일본-스페인전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스페인은 독일, 미국과 함께 우승후보 꼽히는 팀이다. 일본은 그런 스페인 상대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섰다. 일본은 네 차례 역습 공격을 펼쳐 모두 성공하며 4-0 대승을 거뒀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독일과 맞붙어야 하는 한국 선수들도 참고할 만한 경기다.

세계 최강 독일을 무너뜨릴 방법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유리, 강채림, 손화연 등 빠른 공격수들이 독일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공격 기회를 엿봐야 한다. 독일 선수들도 이겨야 하는 경기라서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조급함도 보일 것이다. 예상보다 우리에게 이른 시점에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찬스에선 마무리 슈팅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콜롬비아도 독일전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려 거함 독일을 잡을 수 있었다. 독일에선 스트라이커 알렉산드라 포프를 경계해야 한다. 제공권이 뛰어난 데다 발도 빠르고 개인기가 좋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터뜨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득점 감각을 지녔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민아는 "한국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모로코전이 끝난 뒤 "이민아 네가 뛰었다면 모로코를 이기지 않았을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뛰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다. 선수 한 명이 투입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어떤 선수보다 영향력이 큰 지소연이라는 '정신적 지주'이자 '수퍼스타'가 그라운드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응원해야 한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부담감은 있겠지만, 지소연의 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기적이 일어나 16강을 가는 게 '유종의 미'는 아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즐기면서 후회 없는 축구를 하기를 바란다. 그거면 충분하다.

무릎 부상 여파로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월드컵에 못 뛰는 이민아가 주요 인물 및 경기를 분석한다. 김상선 기자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스타 미드필더 이민아(32·인천 현대제철) 해설위원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기간 중앙일보에 관전평을 게재한다. 2012년 대표팀에 뽑힌 이후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꾸준히 여자 대표팀의 간판선수로 활약해왔다. 국가대항전(A매치) 76경기 17골을 기록 중이다. 이민아가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리면 수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린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는 무릎 부상 여파로 참가하지 못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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