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재난 앞에 무너진 인간성…이병헌 또 한 번 인생 캐릭터 경신 [D:현장]

류지윤 2023. 7. 3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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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개봉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난 앞에 무너진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뉴시스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지난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이 원작으로, 엄태화 감독의 신작이다.

엄태화 감독은 재난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보여주는 서울을 구현한 과정에 대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스케일 커 보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최소를 보여주되 최대 효과를 얻으려 고심했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극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받았다. 엄태화 감독은 "한국의 아파트라는 것이 여러 가지 맥락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결국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 생소할 수 있어도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로 어떤 위기가 와도 뛰어드는 영탁 역을 맡은 이병헌은 "이 작품은 극단적인 선과 악이 있는 게 아니라 상식 안에서의 선과 악이 모여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 이타심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양들이 조금씩 다르고 다양했다. 그래서 영화가 더 현실적인 느낌이었다"말했다.

이어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을 때 보이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블랙코미디로 그려지면 재밌을 것 같았다. 블랙 코미디란 장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감을 가져가며 블랙 코미디 색이 확실하게 보이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개인적으로 너무 신나게 촬영했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엄태화 감독은 영탁이란 인물을 복합적으로 각색해 웹툰과 다르게 만들어냈다고 밝히며 "원래 영탁은 재난 이후에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권력욕이 바로 드러나는 인물이었는데 이병헌과 이야기를 나누다 처음부터 그런 인물이기보단,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사람들에 의해 등 떠밀리듯이 그런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면서 사람이 점점 달라지는 걸 표현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라며 "영탁이 아파트를 쳐다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 하나로 이병헌이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 같아 짜릿했고,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라고 이병헌의 연기에 만족스러워 했다.

이병헌은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폭염에 날씨에 한 겨울 입고 촬영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건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겠지만 그 인물이 처한 상황, 캐릭터에 끊임없이 가까이 가려고 하는 몸부림치는 것들이었다"라고 답했다.

단 하나 밖에 없는 가족 명화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민성 역을 맡은 박서준도 "더위가 가장 힘들었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역할을 잘 표현하고자 한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해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파트 세트나, 주변 환경들을 현실감 있게 준비 해주셔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간호사 명화 역을 맡아 남편 민성과 신념적 갈등을 빚는 박보영은 "개인적으로 명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박보영이 튀어나와 잠재우느라 힘들었다. 그걸 감독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박보영과 부부 보흡을 맞춘 박서준은 "촬영이 끝난 후 2년 만에 영화를 보니 신선하다. 결과적으로 둘의 관계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모습도 보여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보영은 "(박서준과) 꽁냥꽁냥 많이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아쉬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또 나중에 꽁냥꽁냥한 작품으로 호흡 맞춰서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엄태화 감독은 재난물의 클리셰를 피해가며, 오로지 인간의 비인간적인 민낯에만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이런 재난이 벌어지면 한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다 보니 미술, 연기톤, 의상, CG 디테일도 현실성, 리얼함에 포커스 두고 작업했다. 현실적인 것에서 오는 블랙코미디가 있을 것 같았다. 그 부분을 잘 살려 보려고 했고, 그 지점이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SF 판타지가 아닌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8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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