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보이는 美금리인상… 채권 투자로 환승해볼까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 갈아치워
美금리 고점론 고개 들며 인기 행진
해외채권 투자 수요도 덩달아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 수요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금리 인상기에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던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잦아든 모습이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22조원을 돌파하며 이미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을 넘어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익과 향후 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 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 채권 투자 열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장외 채권 시장에서 22조12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20조6113억원)를 7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특히 지난 4월은 4조2479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채권 유형별로는 국채 투자 수요가 7조84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채(5조6507억원)와 기타 금융채(4조5746억원), 은행채(2조3704억원) 수요도 높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등 장기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 금리가 하락하면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올해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배경으로는 ‘금리 고점론’이 꼽힌다.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보통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차익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과 함께 매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건 시점은 지난해 3월이었다. 연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 추가로 인상하며 1년4개월 동안 모두 11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로, 한국의 기준금리(3.5%)보다 최대 2.0% 포인트나 높다.
연준은 앞으로의 통화 정책에 대해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추가 인상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에 채권 투자는 물론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증권 시장에서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높아진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1~28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 1~3위는 모두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로 집계됐다. 저평가된 일본 엔화로 미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ETF도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장기채 가격이 오르고, 엔화 가치가 오르면 양쪽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투자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투자 수요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논의 시기로 언급한 9월 FOMC까지는 약 7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데이터를 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9월에 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연착륙을 도모하려면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미 기준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시간당 임금상승률 등을 상회하는 데다 ‘올릴 만큼 올렸다’는 인식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가 확인되며 실질기준금리(기준금리-소비자물가지수)가 플러스 영역으로 돌아섰다”면서 “가파른 금리 인상은 미국 기업의 파산 건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7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이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데이터가 발표될 때 나타날 채권금리 변동성 확대를 저가 매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즉각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 또한 연내 금리 인하 예상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한동안은 4~5%대의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무리 혹은 막바지 국면에 진입한다는 기대로 중장기적 시각에서 채권을 추세적으로 매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 및 금융 시장에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통화당국 차원의 견제 모드가 유효하고 당장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구현되기는 쉽지 않다”며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매수 대응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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