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 절규가 절로 나온다 [안호덕의 암중모색]

안호덕 2023. 7. 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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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덕의 암중모색] 세계 경제는 회복기 들어섰는데, 한국만 역주행... 대책 없는 윤 정부

[안호덕 기자]

 25일 오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부산항 모습.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순수출이 직전 분기보다 늘면서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힘겹게 0.6%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 연합뉴스
 
지난 25일, 국제통화기금(IMF)가 '2023년 7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했다. 2022년 7월에 2023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내린 이후 2022년 10월 2.0%, 2023년 1월 1.7% 2023년 4월 1.5%로 연이은 다섯 번의 하향 조정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절정기였던 2020년 -0.9% 역성장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 5년은 평균 2∼4%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코로나 악재도 사라진 2023년,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평가기관은 물론 IMF·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외 평가기관에서도 줄줄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세계 경제는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번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IMF는 영국은 0.7%p, 미국은 0.2%p,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까지 0.1%p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2%p 올려 3.0%가 되리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국면인 러시아도 0.8%p 상향 조정한 1.5%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런 통계만 놓고 본다면 세계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이때, 우리나라만 홀로 부진한 수출 현실과 비관적인 전망 앞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는 회복 중이라는데 우리나라만 왜 이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중기재정운용 및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기현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 대통령실 제공
 
25일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6%로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1분기 0.3% 성장이 이은 0.6% 성장은 경제회복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수출은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수입을 더 줄어서 나타나는 착시효과이며 '불황형 성장의 징표'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7월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12억 3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2%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동안 수출액도 계속 감소했다. 정부에서는 상반기는 부진하지만 하반기는 반등할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찾기 어려운 상태다.

수출이 늘어나면 우선 기업의 창고가 두둑해진다. 낙숫물 효과라 해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노동자나 서민들도 그만큼 살기 좋아진다지만 우리 경제에서 그런 법칙이 통용된 적은 없었다.

반대로 수출이 줄어들면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은 불안해지고 내수 경기의 침체를 가속 시킨다. 그래서 10개월 연이은 수출 감소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국민들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하다.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질 것이고, 임금인상은 힘들고 고용불안은 더 심해질 것이며, 내수 경기에까지 도미노의 충격으로 다가오리라는 예상, 누구나 가지는 두려움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게서는 어떤 위기감도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1호 영업사원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이다. 하지만 잦은 외국 방문에 비해 정상 외교 성적표는 초라하다. 중국의 수출은 1년 전에 비해서 21.2%가 감소했다. 대미 수출도 7.3% 감소했다.

물론 이런 수출의 부진이 정권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이 급감하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미국의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호 영업사원의 능력 발휘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보여준 건 영업의 능력보다는 '날리면' '지각조문' 등 얼굴 붉혀지는 '외교참사'였다. 미중 반도체 갈등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편들기 행보가 어떤 결과로 귀결되어 가는지도 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진출 기업만 140여 곳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가서 '사즉생'의 연대 동맹을 과시하는 것도 과유불급의 호기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계 부채는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국내·국외에서 끊이지 않는다. 1800조 원이 넘는다는 가계 부채는 주택 구입이나 생계형 대출 등 여러 이유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 부채의 위험이 은행과 국가 위험으로 번지는 것만 겁낼 뿐, 정작 가계 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상환 능력을 높이려는 정책을 세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월급이 올라야 빚을 갚을 수 있고, 자영업자는 내수 경기가 나아져 돈을 벌수 있어야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월급 인상은 고사하고, 효과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최저임금 시간당 240원을 올리고도 자영업자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걱정하는 정부다. 하지만 하루 8시간을 계산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액은 1920원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시간당 240원 오른 최저시급을 걱정해주기 보다 높은 임대료와 체인점 본사와 '갑을 관계'의 올바른 정립,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또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내수를 살려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금리를 올려야 된다면 1800조 원 가계 부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 대출의 상환을 독촉하고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고 해서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제1은행권을 제한하면 제2은행권으로 대출자가 몰릴 것이고 이것마저 막힌다면 사채 시장에 손을 벌려야 하는 서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 연체율이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이유, 수입은 늘어나지 않고 신규대출은 막혀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계 고금리 추세에 편승해서 빚진 서민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호주머니를 채울 정책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 호주머니를 채울 어떤 대책도 없는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63.8%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반기 매출 전망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다'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50.8%가 그럴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의 일부다.

마주하는 현실은 더 참담하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내수 경기에 영향을 받는 업종 대부분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 호주머니가 비었는데, 잘 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는 시장 상인의 하소연도 방송을 탔다. 수출은 감소, 내수 경기는 엉망...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절규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불평등이 더 심화되었다. 경제 성장도, 최저 임금도 장담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전해진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이 종북 주사파가 망친 5년' 때문이라는 진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소리를 하려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잘하는 모습이나, 객관적으로 자랑할 만한 성장의 증거라도 내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날마다 어두워지는 경제 전망, 10개월째 내리막을 걷는 수출, 폭증하는 가계 부채, 엉망이 된 내수 경제, 이런 모습이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발버둥 치던 문재인 정부보다 낫다고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8월 중 휴가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소비 촉진 등 내수 진작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휴가가 민간소비 촉진과 내수 진작과 연관이 있다니, 참 난해한 포장이다. 대한민국만 나 홀로 성장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이유라도 생각해 보는 대통령의 휴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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