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받은글' 돌더니 29% 폭등"…요즘 주가 상승 공식

김연주 2023. 7. 3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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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LS 주가가 29.98% 오르며 상한가를 쳤다. ‘LS, 제2의 포스코홀딩스 가능성이 있다’는 ‘받은글’이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통해 돈 뒤였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조원 종목이 ‘찌라시’ 하나에 상한가를 갔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티로보틱스와 관련해 ‘제2의 두산로보틱스’라는 내용의 글이 돈 뒤 주가가 26% 치솟은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25일 LS의 상한가는 좋은 실적이나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급등은 아니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개인에게 2차전지 주식이라는 게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받은글’ 돌고, 블로그에 언급되면 주가 오른다?


정근영 디자이너

최근 ‘받은글’이란 제목의 SNS 메시지에 특정 종목이 언급된 뒤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를 뒤흔드는 ‘받은글’은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몇 분 사이에 수십만명에게 유통된다.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다. 조회 수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인기 주식 유튜버의 언급에 2차전지 등 일부 종목의 주가는 춤을 춘다. 최근 극한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2차전지 종목의 경우 ‘배터리 아저씨’로 활동하는 유튜버가 꼽은 대다수 종목이 상승세를 탔다.

‘기업연구소’와 ‘독립리서치’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부 주식 파워블로거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들을 ‘인뎁스 장인’이라 치켜세우며, 이들이 올린 글을 공유하며 공부하는 문화가 활성화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펀드매니저는 “최근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는 스몰캡(중소형주)은 파워블로거가 분석하면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의료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와 중소형 화장품주가 상반기에 과열되다시피 올랐는데, 주식 블로그에 많이 언급됐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제도권 전문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현상을 풍자한 증권사 리포트도 등장했다. 현대차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 분석 리포트 제목에 ‘받)’을 붙였다. ‘받은글’이 붙어야만 주목받은 현상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가 28일 발간한 보고서. 제목에 '받)'을 붙였다.

표현의 자유와 시세조종 분간 어려운 영역 늘어


문제는 유튜버나 블로거 대부분은 이른바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유사투자자문업 혹은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 자격증) 관련 자격증 없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가 ‘비제도권 전문가’와 '비공식적 정보'에 혹하는 것은 애널리스트 리포트 등 제도권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개인의 수급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들 주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면서 이런 믿음이 더 공고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공매도 등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의심에다 제도권의 규율을 받는 애널리스트와 달리 더 자극적이고 확인하지 않은 정보를 자유롭게 말하는 이들을 개인투자자가 더 직관적이고 솔직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개인 수급이 커지면서 실제로 주가도 오르자 더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SNS 등을 통해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되는 것도 ‘비제도권 전문가’와 '비공식적 정보'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다. 최근 구독자 2만 명이 넘는 유명 주식 텔레그램 방은 수십 개에 달한다. 몇 분 만에 수십만명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셈이다. 인기 주식 유튜브 영상의 경우 조회 수가 수십만회에 이르고, 100만회를 넘기도 한다. 증권방송이나 증권사 메신저로 활동하던 때보다 ‘화력’이 세진 것이다.

고민이 커지는 곳은 감독 당국이다. ‘표현의 자유’와 ‘시장질서 교란’ 사이의 선 긋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직접 돈을 수취하고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내 주가를 올렸다면 ‘리딩방’ 운영으로 명백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인플루언서로 책 판매나 유튜브 수입 등을 얻는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시장 교란 행위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다.


돈 받거나 벌지 않아도 ‘시세조종’행위 만으로 처벌 가능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유튜브나 SNS 등 신종 매체는 감독 당국이 마주한 새로운 숙제”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검열할 수는 없지만,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만큼 지속해서 살펴보고 제보와 인지 수사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독 당국이 생각하는 일차적인 원칙은 ‘자기투자책임’으로, 비제도권 정보와 전문가의 정보를 신뢰한 뒤 얻을 이익과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과거에는 풍문을 유포하거나 시세를 바꿀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부당이득을 얻었을 때만 처벌 가능했지만 법이 개정되며 돈을 받지 않거나 벌지 않더라도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는 이러한 면을 인지해야 하고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더 지능화하는 만큼 금융 감독 시스템 전반의 향상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178조의2(시장질 교란행위의 금지) 규정은 매매유인이나 부당이득의 목적이 없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처벌(과징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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