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수사 부실하면 검찰이 가져온다…'검찰 수사권' 강화 입법예고

김철웅 2023. 7. 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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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이 복원되고 있다. 법무부는 31일 현재 경찰이 맡고 있는 보완수사·재수사를 상황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성룡 기자


한동훈 장관 "민생 최우선 고려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수사 효율성과 신속성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준칙은 민생준칙”이라며 “민생사건 수사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할 수 있는지,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말했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경찰이 다시 수사한다. 하지만 수사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사건 처리 속도가 크게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은 보완수사의 약 25%, 재수사의 35%를 6개월 이상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찰의 보완수사 전담 원칙을 폐지했다. ‘사건 접수 1개월 경과’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검찰도 보완수사를 분담하게 한 것이다. 수사 주체 적합성, 필요한 보완수사의 정도 등을 따져 사안별로 검찰과 경찰이 보완수사를 나눠 맡게 된다.

검찰의 보완수사 및 재수사 요구가 있으면 ‘경찰은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라져 ‘언제까지 사건을 송치하라’고 지시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끝도 없이 수사가 늘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3개월 기한 규정’은 통상 사건 처리 속도를 반영해 정해졌다고 한다. 검찰은 3개월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미제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권 조정 이전엔 경찰에 통상 1~2개월 안에 송치하라는 기한을 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했었다. 이 기한을 넘기면 검사의 승인을 받아 연장하는 방식으로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가 이뤄졌던 것이다.


'부실수사' 하면 검찰이 가져와 수사 가능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21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개정안은 또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뒤 검사가 재수사하라고 했는데도 이행되지 않는다면, 일정한 경우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아 마무리할 수 있게 했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인 수사 등에서 수 차례 '부실수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경찰의 위법·부당한 불송치 결정에 대해 감시 장치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검찰의 재수사 요청 권한이 단 한 차례로 제한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보완책으로 마련된 ‘송치요구’ 제도 역시 법리위반이나 공소시효 오류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이 혐의 유무 등을 밝히기 위한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이 사건을 가져와 수사를 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해 수사기관이 접수를 거절하지 않고,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하게 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선거 사건은 짧은 공소시효(6개월)를 고려해 시효가 3개월 내로 임박한 경우, 검·경 간 상호 협의를 의무화해 협력을 강화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검·경 각 위원들과 학계 및 전문가가 참여한 ‘책임수사시스템 정비 협의회’를 운영하고,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쳤다. 형사 사법절차 개정은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내고 “근본적으로 검수완박법 등이 개정돼야 하지만, 잘못된 법률 탓만 할 수는 없다”며 “수사준칙 개정 이전과 이후 중 어떤 쪽이 국민에게 더 좋은지를 봐달라”고 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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