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앞둔 신영숙 “뮤지컬은 내 인생” [쿠키인터뷰]
뮤지컬배우 신영숙은 ‘황금별 장인’으로 불린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히트 넘버 ‘황금별’을 남다른 호소력으로 부른 덕이다. 신영숙이 ‘모차르트!’와 함께한 시간은 10년.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이지만, ‘황금별’이 주는 위안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서/ 날아봐”라고 격려하는 이 곡에서 용기를 얻는 이가 어디 모차르트뿐이랴. 신영숙도 ‘황금별’을 부르며 자주 위로받았다고 했다.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영숙은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황금별’은 제게 소중해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이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장인의 ‘황금별’을 직접 듣고 싶다면 내달 18~19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신영숙 단독 콘서트에 갈 일이다. 신영숙은 이번 공연에서 ‘황금별’ 등 뮤지컬 유명곡을 엮어 들려준다. ‘다중 우주에 사는 다양한 모습의 신영숙이 나타난다’는 콘셉트로 꾸리는 공연. 장소영 음악감독을 필두로 한국 공연계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뮤지컬배우 김호영·박혜나(18일), 김주원·민우혁(19일) 등 초대손님 명단도 화려하다. 공연 티켓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돌아 나온(취소된) 표가 많아서 더 열심히 열심히 해야 해요. 호호호!” 신영숙은 이렇게 말하며 경쾌하게 웃었다. 겸손한 농담이었지만, 티켓 오픈 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했다고 한다. 신영숙은 “남은 좌석을 내가 모조리 사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티켓이 빠르게 팔렸다. 감사한 마음에 예매 당일 5시간 동안 노래 연습을 했다”며 웃었다. 그는 공연에서 ‘황금별’ ‘레베카’ 등 뮤지컬 대표곡을 비롯해 ‘울게 하소서’ 같은 오페라 넘버와 뮤지컬 ‘영웅’ 속 ‘장부가’ 등 남성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를 두루 들려준다. 그는 “남성 캐릭터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개 진취적이라 내 성향과 잘 맞는다”고 했다.
팬들이 요청한 곡 가운데서도 남성 캐릭터 넘버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속 앙리의 대표곡인 ‘너의 꿈속에서’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신영숙은 “팬들과 함께 부르는 ‘떼창곡’도 준비 중”이라며 “범상치 않은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요즘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콘서트 준비와 뮤지컬 ‘맘마미아’ 지방공연,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기념공연 연습을 병행해서다.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완벽한 공연을 보여드리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세기 말에 공연에 입문해 무대에 오른 지 어느덧 24년. 신영숙은 “내 인생에서 뮤지컬을 빼면 뭐가 남을까 싶을 정도”로 공연에 삶을 헌신했다. 그는 무명의 설움을 안다. ‘명성황후’에서 앙상블 배우로 데뷔한 그는 “인지도가 낮아서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돌아봤다. 한 번은 오디션을 보고 나오는 길에 외국인 음악감독이 ‘목소리가 아름답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합격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탈락. 그날 신영숙은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이 자신을 성장하게 했노라고 ‘황금별 장인’은 말했다.
“오래 활동해서인지 꿈꿨던 작품은 대부분 다 해봤어요. 신인 때 ‘맘마미아’를 보면서 ‘나중에 저 작품에 출연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도나를 연기하고 있잖아요. 데뷔작인 ‘명성황후’를 마쳤을 때도 그랬어요. 제작사 대표님께 ‘나중에 꼭 명성황후 역할로 무대에 서겠습니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신영숙이 곧 뮤지컬이더라고요. 뮤지컬이 제 인생의 전부가 되길 바라진 않았는데…. 그래도 저는 뮤지컬을 사랑해요. 노래할 때 세상 행복하거든요. 앞으로도 배역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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