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 전문의 팀 이뤄 환자 바로 이송…“응급과 별도 체계 혼선" 우려도
내년부터 급성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을 치료하는 의사끼리의 실시간 연락 체계가 꾸려진다. 이른바 심뇌혈관질환 전문의 네트워크다. 골든타임 내 환자를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 현재 119 중심의 응급 환자 이송 체계와 별도 트랙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국 14개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2027년 24개 이상으로 늘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는 31일 국무총리 주재 제27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관리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한다. 이번 대책은 예방·재활보다 치료·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신속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해결 경로 마련 ▶진료자원 및 인프라의 최적 연계 ▶환자 중심의 포괄적 관리체계 구축 ▶근거 기반의 정책 실현을 핵심 목표로 삼아 5가지 전략과 15개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심뇌혈관질환은 급성심근경색증, 뇌경색, 뇌출혈 등 심장과 뇌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 4위를 차지한다. 연간 환자는 290만여명, 진료비는 7조원에 육박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증도와 치명률이 높고 조기 사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질환”이라며 “심뇌혈관 질환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2차 계획의 핵심은 골든타임(심근경색 2시간, 뇌졸중 3시간) 내 치료다. 이를 위해 현재 14개인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예방·치료·관리가 가능한 거점 기관으로 개편하고 2027년까지 권역별 1개씩 최소 24개 이상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복지부는 “예방관리뿐 아니라 치료 역량에 대한 기준을 포함해 3년 주기 평가를 하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도 2027년까지 40, 50개 수준으로 늘린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심뇌혈관 전문의끼리의 별도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현재는 응급 환자가 119를 통해 치료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해 찾아가는 식인데 수술 의사끼리 핫라인을 구축하면 이송·전원시 불필요한 문의 절차를 없앨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간 일부 인접 의료진끼리 알음알음 사적 네트워크를 꾸려왔는데 이를 공식화해 플랫폼과 관련 재정을 지원하고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서로 다른 병원에 속한 의사 최소 7명이 팀을 이룬다. 심뇌혈관질환 전문의는 필수로 들어가야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멤버로 둘 수 있다.
복지부는 “전문의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면 응급의료 단계를 단축할 수 있고 응급 병상을 확보해 응급의료기관의 미수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차관은 “전문치료인력의 중증·응급 대응 부담을 완화해 인력 이탈도 최소화한다”라며 “인력 양성과 인프라 확충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인력 상황으로 필수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수신비나 환자 이송 경로 설정 수당 등의 비용은 정부가 사전에 100% 보상한다. 성과에 따라 사전 보상비의 최대 40%까지 추가로 얹어준다. 현재로썬 30개 팀 정도 꾸려져 팀당 최소 1억9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까지 지원될 거로 정부는 예상한다. 내년 1월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하고 순항 시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필수의료 분야로도 적용할 방침이다.
환자, 가족의 빠른 대처가 중요한 만큼 심뇌혈관질환 정보센터를 만들어 응급증상과 대응법에 대한 교육,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골든타임 내 도착 가능한 거주 지역의 치료병원 현황을 지도 형태로 119 구급대나 응급의료기관 등에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대책들을 통해 2027년까지 골든타임 내 병원 도착 비율을 심근경색 58%, 뇌졸중 62%로 현재보다 10% 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일각에선 전문의 네트워크 등의 대책이 현재의 의사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역 한 심혈관센터장은 “응급실과 최종 진료 과 사이에 두 개의 환자 이송 체계가 생겨 초기 혼란이 생길 수 있다”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응급의학과 도움없이 최종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들만의 네트워크로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항구적인 인력 보강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황수연·채혜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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