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식히는 '남극 얼음' 역대최저…남한 면적 26배 사라졌다
북반구에 기록적인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겨울을 맞은 남극의 해빙(海氷) 면적이 역대 최소치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이달 중순 기준 남극 대륙의 해빙 면적이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260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278만㎢)와 맞먹는 크기이자, 남한 전체 면적(10만㎢)의 26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보다도 160만㎢ 더 작아졌다.
남극의 해빙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가파르게 감소 중인 북극 빙하와 달리, 주기적인 증감 현상을 보이면서 2015년까지 매년 전체적인 면적을 넓혀왔다. 그러다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지난해부터는 급감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남극에선 한겨울인 7월에도 해빙 면적이 늘지 않았을 뿐더러 남극대륙 해안선 1만8000㎞ 전체에서 얼음 양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으로, 수백만년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의 해빙 과학자인 윌 홉스는 “전례가 없다는 표현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남극의 시스템이 인간의 이해 범위를 훨씬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과학자들은 남극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생태계 교란은 물론, 지구 전체의 열순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해빙에서 자라는 해조류를 먹고 사는 크릴새우와 물고기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로 삼는 고래·펭귄·바다표범의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에너지를 우주로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는 하얀 남극 해빙 면적이 줄면 어두운 바닷물이 태양열을 고스란히 흡수해 지구 온난화의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호주 모나시대학의 기후과학자이자 대륙 해빙 전문가인 아리안 퓨리치 박사는 “해빙은 파도를 완충해 빙붕(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있는 얼음 덩어리)과 빙상(대륙 빙하)을 보호해왔다”면서 “해빙 면적 감소의 가장 큰 문제는 파도가 빙붕과 빙상을 더 빨리, 손쉽게 파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다에 떠있는 해빙과 달리, 대륙 위의 얼음인 빙상이 소실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극 해빙 면적의 감소 원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NSIDC의 선임 연구원인 쥴리엔 스트뢰브 박사는 “남극 해빙은 매년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면서 “최근 2년간의 급감세가 '뉴노멀'(새로운 양태·기준)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남극 해빙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퓨리치 박사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더 따뜻해진 대기와 뜨거운 수온을 남극 해빙과 연관시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빙하학자인 테드 스캠보스 교수도 “최근 변화는 매우 두려운 신호일 수 있다”면서 “어쩌면 우리는 남극의 시스템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회복되는 것을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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