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서 뭉갰던 ‘청와대 특감’…양평고속도 터지자 다시 띄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특감)’ 카드를 꺼내 들었다.
31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친인척 비리, 부적격자 임명, 여러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전혀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며 “구체적 방안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조정식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주변은 권력이 모이는 곳이니 항상 엄정하게 관리하고 경고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며 특감 도입을 주장했다.
특감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두 집단을 상시 감찰하는 기구로,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9월 이석수 전 특감이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특감은 7년 가까이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을 이유로 특감 임명을 미뤘다. 공수처가 특감의 역할을 대체할 거란 취지였다. 지난해 8월 우상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특감 임명을 안 했던 이유는 특감보다 공수처를 통해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특감 자리가 수년 간 비어있으면서 예산만 낭비됐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2년 회계연도 결산자료에 따르면 특감실은 지난 7년간 약 100억원의 예산을 활동 없이 사용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간 약 71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40억원 가량이 집행됐다. 특감실에는 정규 직원은 없지만 파견 공무원은 3명이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감 사무실 유지비로 매년 6억원 이상이 투입돼 왔다.
대선 후보 시절 “특감 재가동”을 외쳤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특감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특감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자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공석이었던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특감을 함께 추천하자”며 두 사안을 연계했다.
민주당도 최근까지 특감보단 ‘특검(특별검사)’에 주력했다. 특감법에는 “비위행위는 신분관계가 발생한 이후의 것에 한정한다”(제6조2항)고 명시돼 있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겨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시 특감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발생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되면서 특감을 고리로 대통령실 주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거란 계산이다. 권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권력의 힘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이권 카르텔을 계속해서 보장하고 범죄 혐의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약속한 특별감찰관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특감을 임명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론적으로 필요한 특감에 대해 정치공세의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변화해 국민 세금만 낭비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로 특감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는 국회서 여야가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국회에서)아무런 요청이 안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온갖 사법리스크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여태 특감을 외면해 온) 직무 유기에 대해 사과도 없는 몰염치는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라고 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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