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니제르에 외국군 투입 가능성…서방VS러시아 대결 구도 격화

김민정 2023. 7. 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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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니제르 신군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결의하고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신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외국의 개입에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서아프리카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ECOWAS는 이날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신군부 지도자들에 대한 경제제재 및 여행 제한 조치를 결의했다.

오마르 투레이 ECOWAS 위원장은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밝혔다. 투레이 위원장은 "니제르 공화국의 헌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도록 결의한다"며 "그 조치에는 무력 사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주일 안에 헌정 질서 회복을 하지 않으면 외국군 동원 등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U 회원국들도 군사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니제르의 민주주의 훼손 시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선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는 수천 명이 프랑스 대사관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는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배 했다.

시위대는 프랑스 대사관의 현판을 떼어내 부쉈고, 돌을 던져 대사관의 유리창을 깼다. 러시아 국기를 든 시위대는 "EU, ECOWAS는 우리 일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시위는 보안군이 최루탄을 동원하고 나서야 끝났다. 시위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경고했다.

30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며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니제르에서 일고 있는 반프랑스, 반서방 감정을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하산 연구원은 NYT에 "(경제 제재 및 외국군 투입 등) 서방 국가의 강력한 제재가 외려 니제르 내 반서방 정서 확산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자칫하면 신군부 쿠데타 세력과 러시아,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인)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 된다"고 걱정했다. 현재로선 쿠데타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증거는 없는 상태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는 우라늄, 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인 니제르에 군사 훈련 및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 등을 이유로 군대를 파병하고 있다. 세계은행 집계 기준 니제르에 연간 20억 달러(2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적 개발원조도 진행 중이다.

니제르의 정세 불안에 먼저 타격을 입을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국영 원전 기업 오라노(ORANO)는 니제르 아를리트에 있는 우라늄 채굴장의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니제르의 정세 불안이 달갑지 않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원자력 기업 중국 핵공업집단공사(CNNC)는 4억8000만 달러(6115억원)를 니제르 우라늄 사업에 투자했다. 아즐릭(Azelik) 우라늄 광산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합작회사 지분의 62%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 CNNC 대표단은 지난달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만나 지난 2015년 채굴을 중단한 광산 채굴의 재개도 논의했다. 모하메드 솔리만 미국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니제르는 우라늄뿐 아니라 금 등 가치 있는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니만큼, 이곳 정세 불안이 글로벌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신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니제르 군인들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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