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만에 히트곡”…아이돌 홍수 속 빛나는 발라더 박재정

어환희 2023. 7.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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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헤어지자 말해요'로 가수 박재정은 데뷔 10년 만에 히트곡을 갖게 됐다. [사진 로맨틱팩토리]


한 남자가 ‘나는 사실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본심은 노래가 절정으로 향하며 드러난다. ‘한 번은 널 볼 수 있을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길’과 같은 미련 담긴 가사가 폭발하는 고음과 만나면서 어느새 청자도 이별의 현장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헤어지자 말해요'는 한국식 이별 발라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곡이다. 지난 4월 공개 후 입소문을 타더니 6월 중순엔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아이돌 댄스, 팝 위주의 국내 음원 차트 속에서 꿋꿋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선 7월 한 달 동안 집계한 월간 차트에서 발라드곡으론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데뷔 10년 만에 히트곡을 안게 된 가수 박재정(28)을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헤어지자 말해요'는 대중성을 겨냥해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4년 동안 작업한 정규 1집…“학원 다니며 고음 연습”


박재정의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은 그가 4년 동안 만든 자작곡 만으로 채운 음반이다. '헤어지자 말해요'는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헤어지자 말해요'를 가장 마지막에 작업했다”면서 “곡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다른 수록곡들을 알리기 위해선 타이틀곡의 성공이 중요했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발라드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3옥타브 도샵(#)까지 올라가는 고음을 넣는 등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가창은 10년 동안 그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자신의 가창력을 평가할 때 박재정은 냉철하고 솔직한 모습이었다. “데뷔 초반엔 노래를 부르는 중에도 (스스로) 마음에 안 들고 못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7년 ‘좋니’(윤종신)라는 곡을 받았는데 고음이 안 올라가서 결국 부르지 못한 아픈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중저음 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그가 데뷔 후에도 보컬 학원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고음 연습에 매달린 이유다. “연습량이 쌓인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헤어지자 말해요’의 성공으로 노력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가수 박재정의 첫 번째 정규앨범 'Alone' 커버. [사진 로맨틱팩토리]

정규 1집의 나머지 9곡은 ‘헤어지자 말해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길이를 줄이고 속도감을 높인 타이틀곡과 달리 매 곡의 중간에 재즈 연주를 넣었다. 6분이 넘어가는 곡도 있다. “음악 만큼은 급하지 않게 제 삶을 얘기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주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그는 말했다.

수록곡들은 사랑보다는 불안과 외로움의 감정이 어둡고 짙게 배어 있다. 20대 박재정이 겪은 감정들이다. 그는 “원하는 모습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실력이 부족한데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동시에 가정 형편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고 돌이켰다.


“위로하는 가사 쓰고 싶어”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5’(엠넷)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정작 그가 대중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느낀 건 최근이다. “10년 동안 가수 생활을 했으면 자작곡을 통한 제 이야기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며 “숫자나 지표의 성공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 그것보다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노래 정말 좋다’, ‘잘한다’ 등의 칭찬을 들을 수 있어 자존감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정통 발라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근 음원 차트를 중심으로 나오는 ‘K-발라드’ 위기에 대해 “차트 상으론 그렇게 보일지라도 발라드가 약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누구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자신만의 발라드 애창곡’을 갖고 있지 않냐”면서 “대한민국에서 노래방이 없어지지 않는 한 발라드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박재정은 오는 9월 단독 콘서트를 연다. 정규 앨범을 낸 다음 날부터 바로 새로운 곡 작업도 들어갔다. 가수 김동률, 윤종신 그리고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팬이라는 그는 “선배들의 놀라운 가사를 보면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작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삶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게 얘기하고,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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