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간 두산의 7월, 이승엽호의 명암
[이준목 기자]
두산 베어스 '이승엽호'가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7월을 보냈다. 구단 역사상 최다 연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두산은, 연승이 중단되자마자 곧바로 장기 연패에 빠졌다. 더구나 잠실 라이벌전에서는 스윕패까지 당하며 열세가 굳어지고 있다.
두산은 7월 1일 롯데전부터 올스타 휴식기 이후 재개된 25일 롯데전까지 파죽의 11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의 창단 이래 구단 최다연승 신기록이자, 이승엽 감독의 신임-초보 감독 데뷔 최다연승 기록이기도 했다.
두산으로서는 김태형 전 감독이 팀을 지휘하던 2018년 6월 6일~16일 달성한 10연승 기록을 5년 만에 경신했다. 올해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2008년 롯데에서 11연승을 달성한 것과 타이기록이자, 국내 사령탑-초보 감독으로 한정하면 최초의 신기록을 세웠다.
연승 기간동안 두산은 완벽한 투타밸런스를 자랑하며 중위권에서 어느덧 3위까지 치고올라 LG와 SSG의 '양강' 구도를 뒤흔드는 대항마로 부상하는 듯 했다. 부임 첫해 기대반 우려반이었던 이승엽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늘었다.
하지만 지난 26일 롯데와의 시즌 10차전에서 2-7로 덜미를 잡히며 연승 행진이 중단된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두산은 27일 경기에서도 롯데에 1-9로 완패하며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이어 잠실 라이벌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충격의 스윕까지 당하며 어느덧 5연패까지 늘어났다. 두산은 3경기에서 8득점에 그칠 동안 무려 26실점을 내주며 LG와의 힘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렸고 마운드와 타선, 수비도 모두 무너지는 총체적인 난국을 드러냈다. 불가 며칠전까지 11연승을 질주하던 팀과 같은 선수들이 맞나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력이었다.
▲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무사 두산 조수행 타격 때 파울 판정과 관련 이승엽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승엽 감독은 29일 경기에서는 5회초 수비에서 나온 포수 양의지의 홈플레이트 충돌 금지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가 감독 데뷔 후 85경기 만에 개인 첫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해당 경기에서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진 30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에이스 브랜드 와델을 내고도 0-10이라는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하며, 천국에서 출발했던 한 주를 지옥으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44승 1무 41패(.518)로 일단 3위는 유지했지만 2위 SSG와의 6게임, 1위 LG와는 .5게임으로 선두권과의 승차가 크게 벌어졌다. 오히려 4위 NC와 5위 KT에 1게임차로 따라잡히며 추격을 당하고 있다.
라이벌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두산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이번 3연전 스윕패로 2023시즌 LG와의 상대 전적이 어느덧 2승 8패까지 벌어졌다. 남은 LG와 6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간신히 동률이다.
두산은 왕조를 호령하던 2010년대 중반 이후 LG와의 상대 전적에서 꾸준히 우세를 점해왔다. 두산은 2014년 7승1무8패로 근소한 열세, 김태형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5년에 8승 8패로 백중세를 기록했으나, 이후 6시즌 연속으로 LG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2018년에는 무려 15승 1패라는 역대급 승률로 LG를 압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전력이 점차 상승하고 두산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양팀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다. 전임 김태형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2년에는 6승 10패로 8년만에 LG에 열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 부임 첫 시즌만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한경기만 더 지면 2년연속 열세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산이 올시즌 상대한 9개구단을 통틀어 최악의 승률이다. 불과 5년전 LG의 '웅담 포비아'가 이제는 두산의 '쌍둥이 포비아'로 뒤바뀐 모양새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승엽 감독은 이번 3연전에 임하면서"LG의 전력이 강하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LG를 만나면 더 잘하려고 의식하다 보니까 오히려 실수가 자주 나온다.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의 바램은 오히려 결과를 예고하는 복선이 되었다. 실제로 두산 선수들은 이번 시리즈 내내 무언가에 홀린 듯 마운드와 수비에서 크게 흔들리며 자멸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LG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호수비와 클러치 히트로 경기 흐름을 바꾼 것과 대조적이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두산이 LG를 만날 때마다 보여주던 모습들이었다.
또한 두산은 올시즌 2위 SSG를 상대로도 2승 6패에 그치며 '양강'을 상대로 유독 고전하고 있다. 두 팀을 제외하면 다른 구단들에게는 우세 혹은 근소한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이 가을야구에 진출한다고 해도 두 팀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두산은 11연승 때는 타율(.290)과 평균자책점(1.98)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완벽한 투타 조화를 자랑했다. 하지만 5연패 동안 타율(.196)과 평균자책점(7.43) 최하위, 11득점 43실점에 머무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극과 극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사실 두산은 연승 기간동안 절반이 넘은 경기가 최하위권으로 부상자가 많아 정상 전력이 나이었던 키움(8승 3패)-삼성(5승 3패)에게 거둔 승리였다. SSG와 KIA를 만났을때는 올스타 휴식기와 우천 취소 등이 겹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행운도 따랐음을 감안해야 한다. 연승에 가려졌던 두산 전력의 문제점과 '디테일의 한계'가 강팀인 롯데와 LG를 상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과 경기운영 역시 냉온탕을 오르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롤러코스터같은 7월을 보낸 두산은 내달 1일부터 한화(원정)-KT(홈)와의 6연전을 통하여 연패 탈출과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현재 한화에게는 6승 3패로 우세, KT에게는 4승 1무 4패로 백중세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으로서는 7월 11연승의 돌풍이 단지 '한때의 이변'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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