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100명 서울 온다…젊은 부모들 "문제는 신뢰"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외국인 가사·육아 서비스를 서울 전 지역에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필리핀 등에서 온 100여명의 가사도우미가 들어온다. 내국인과 똑같이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출퇴근 형태로 운영된다. 하지만 잠재 서비스 수요자인 젊은 부모들은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외국인도 최저임금 적용…숙소는 자가부담
고용노동부가 31일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공개한 시범 계획안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 서비스는 서울시 전체 자치구가 대상이며, 일하는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규모는 100여명으로, 추후 논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이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고용하면, 이 근로자가 해당 기관과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육아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한부모 가정, 임산부 등이지만, 정부는 ‘소득·지역 등이 편중되지 않도록’ 대상을 배분할 계획이다.
국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필리핀과 같이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사전에 검증하고, 국내 입국 전후로는 한국어‧문화, 노동법, 가사·육아 관련 기술, 위생‧안전 등 실무 관련 교육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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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한두번 교육으로 문화 습득 가능할까”
하지만 이날 정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선 계획안에 대한 쓴소리가 다수 나왔다. 특히 젊은 부모들로 구성된 고용부 내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은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앞둔 강초미 멘토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건 육아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 외국인들이 이론만 가지고 왔을 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가사도우미를 구하기 힘든 것은) 단순히 공급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7개월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김고은 멘토는 “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문화는 한두번 교육받는다고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국내) 중년여성들의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워킹대디인 김진환 멘토는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에게 지원된다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사서비스, 수요·공급 불균형…외국인 필요”
반면 국내 가사서비스 공급이 점차 줄어드는 만큼 외국인 인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종사자도 줄고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며 “수요 조사를 해본 결과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4만명 넘게 줄었고, 전체 취업자의 92.3%가 5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최종안을 확정해 이르면 연말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비용도, 신뢰성도 중요한 만큼 가사근로자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인증기관에만 맡겨놓지 않고, 모니터링 등에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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