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 전수조사 지시한 尹, “경제보다 국민안전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문제와 관련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오후에 청사에서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이번 지시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경제보다도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전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주무부처 장관인 원 장관에게 전수 조사 등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가 보편화된 2017년 이후부터 조사하겠다는데, 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2017년 이후 설계·시공된 아파트들이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책임지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범위도 국민이 조금이라도 우려하면 다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겸한 오찬을 함께 하며 수해 복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집중호우 피해 복구 지원과 관련해 종전보다 기준을 대폭 상향해 충분히 지원하라”며 “우리 정부가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예산을 아낀 것은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돕는 데 충분히 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래 행정중심복도시건설청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했다. 행복청장은 차관급 정무직으로 징계 조치를 할 수 없어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해임해야 한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8월 2일부터 8일까지 6박 7일간 여름휴가를 간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청사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는 휴가 기간을 2일부터 8일까지로 잡았다. 휴일을 껴서 6박 7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모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그동안 순방 등 여러 격무에 시달렸고,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휴가 계획에 따라 대통령실 직원이나 일부 공무원이 휴가를 짜는 관행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휴가가 내수 진작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서 휴가를 가는 게 좋겠다고 윤 대통령에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휴가 장소로는 “저도에 머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거제 저도에는 이른바 ‘청해대’(靑海臺)라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휴가 기간에도 일정 부분 공식 행사를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재충전과 함께 국정운영 등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휴가 직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전반적인 정책 조정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이번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 장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용산 참모진까지 포함한 추가 인적 쇄신에 대한 숙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인사에 신중한 스타일로, 당장 긴박하게 감지되는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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