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간 거 후회 안 하냐는 질문... 제 답은 똑같아요"
[주간함양 최학수]
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 원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 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청미래농장 김상민씨 |
ⓒ 주간함양 |
함양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1996년생 김상민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전학을 가게 됐다. 바로 합천에 있는 원경고등학교(평화고등학교). 김상민씨는 대안학교를 결정한 이유를 두 가지 꼽았다.
"일단 아빠와 누나의 영향이 있었어요. 아빠도 대안교육에 대해 생각이 있으셨고 누나도 대안학교를 갔거든요. 누나도 대안학교가 정말 좋다고 말했고 추천했어요. 다른 이유는 제가 당시 읽었던 책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인데요. 북유럽이 교육이나 복지면에서 선진국이고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교육을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안교육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에 가서는 수학과를 선택했다.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대안학교에서 수학교사를 하는 꿈을 꾼 것이 시작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안교육을 경험한 상민씨는 다시 학업에 열중하게 되는 과정의 어려움이 남들보다 컸다.
"경찰공무원 준비를 1년 열심히 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졌어요. 그렇게 2021년 8월 26일 함양에 돌아와서 부모님을 도와 양계장 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제 곧 3년 차에 접어드는 상민씨. 이제야 슬슬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시고 저 혼자 일을 할 때가 가끔 있는데요. 저 혼자 모든 일을 다 쳐낼 때 일이 손에 익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기억 보물창고, 대안학교
대안학교는 정규 공교육의 규정을 벗어나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통칭한다.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대안학교)을 보면 '학업을 중단하거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 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 인성 위주의 교육 또는 개인의 소질·적성 개발 위주의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는 학교'로 대안학교를 정의한다.
일반 교육과정의 고등학교는 대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대안학교는 최소한의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체험과 경험 위주로 운영된다. 상민씨는 대안학교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대안학교에 간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봤어요. 그때마다 항상 이야기해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안학교에서 반장도, 학생회장도 해보면서 많은 사람 앞에 나가서 토론회도 진행해보고 나병 환자들이 모여있는 소록도 봉사활동, 국토종주, 지리산종주도 했어요. 기숙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체적으로 20명이 한 방에 모여 밤새 해결책을 위한 회의도 해보고요. 혼자 템플스테이에 가서 3000배를 해보기도 했어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활동의 과정과 결과 속에 여러 일이 있는데 그게 전부 저에게는 보물 같아요."
경험은 돈을 주고서도 못 산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상민씨는 경험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 몰라,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 김상민씨 제공 |
ⓒ 주간함양 |
청미래농장 인턴 김상민입니다
난각번호 1번 방사 유정란. 4번은 닭이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닭장에서 생산된 달걀. 3번은 그것보다는 조금 넓은 공간에서 생산한 달걀, 2번은 넓은 실내공간에서 생산한 달걀이다. 난각번호 1번 방사형은 산과 넓은 방목장이 있어야 하며 사료통도 충분히 넓어야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상위 1%의 농장이라고 하는 것이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
동물복지, 친환경 등 다양한 가치를 품고 난각번호 1번 방사유정란을 생산하는 농가로 유명한 청미래농장. 자기소개로 스스로를 인턴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상민씨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항상 부모님 생각을 한다.
"여긴 부모님께서 일궈낸 삶의 터전이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일궈오셨어요. 태풍이 크게 왔을 때는 농장 전체가 날아간 적도 있었고요. 사람 대 사람으로 부모님께서 존경스럽고 이 농장에서 일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저는 부모님의 시작보다 더 젊고 시작선도 다르잖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해서 이 농장을 더 크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커요."
상민씨는 농장에서 느끼는 자부심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으로 스스로 보답했다. 정직하고 성실한 것은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이어졌다.
"네이버스마트 스토어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주변에 정기적으로 달걀을 배달받아 먹는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해요. 함양에서만 10년째, 20년째 정기적으로 달걀을 배달로 받아 드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다들 맛있다고 해주니 그게 큰 힘이 돼요."
언젠가 한 고객이 전화가 와서 달걀 구독을 그만하겠다고 했다. 10년이 넘은 고객이었는데 이제 자식들이 다 독립해 달걀 먹을 사람이 없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상민씨는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고객이 떠나간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누군가는 인생의 달걀 전부를 청미래농장 달걀만으로 해주셨다는 그 사실이 정말 감사했어요. 고객 한 분 한 분이 정말 고마워요. 이 달걀을 가치 있게 여겨주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고객님들 덕분에 농장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항상 달걀을 꼼꼼하게 줍지만 방사형 농장이다 보니 천 번 중 한 번 실수가 있을 수 있다.
▲ 김상민씨 제공 |
ⓒ 주간함양 |
산에서 사는 3년 차 청년
함양은 도시와 다르다. 읍과 면도 다르고, 면이라도 산에서 사는 것은 다르다. 20대 중반부터 산에서 일을 해내고 있는 상민씨. 심심하진 않을까?
"질문이 자주 들어오는데요. 놀 것, 하고 싶은 것을 더 하고 산에 와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에요. 젊은 애가 왜 들어왔느냐는 질문도 많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건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감사하게도 저는 남들과 다르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많았어요. 일찍 와서 자리를 잡고 농장 일을 돕는 게 저는 더 좋아요."
상민씨는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요즘 운동을 취미로 두고 있다.
"복싱에 관심이 생겨서 복싱하고 싶었는데 함양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웨이트를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바디프로필 사진도 찍었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산에서만 있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는데, 그때 축구나 헬스, 동네 친구들이 큰 힘이 됐어요."
오히려 부모님께서 주말에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함양은 정말 할 게 없다는 말이 맞아요. 문화인프라가 부족해요. 하지만 완벽한 환경에서만 살 수는 없죠. 아쉽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좀 어려운 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 이미 다 아는 사람이고 비밀이 없어요. 그런 게 좀 어려운 점이죠."
상민씨는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상민씨의 경험과 도전, 그 결과가 쌓여 지금의 상민씨를 만들었다. 앞으로 겪는 경험은 상민씨를, 청미래농장을 어떻게 만들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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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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