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2023년 1월 본격 시행 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 <기자말>
[주간함양 최학수]
▲ 고향납세제 답변을 하는 아사히카와 시 세제과 사토 유시 과장보좌(왼쪽)와 우에다 준페이 주사(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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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서>를 저술한 한국공학대 신승근 교수는 책에서 "2019년 기준 소득세 납부하는 납세자 인원이 160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이 중 60%인 1000만 명만 세액공제 기준인 10만 원을 기부해도 1조 원의 기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국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지자체 평균 모금금액은 약 5300만 원이며 상승세가 없다면 1조 원이 아닌 479억 원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한국지방재정논집 28권 1호에 실린 한국지방세연구원 김홍환, 울산연구원 이경우 연구위원의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액 추정'에 따르면 기부금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고려하여 최소 714억 원, 최대 3159억 원을 추정했다.
일본에 사는 A씨는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설명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
"제도가 일본과 너무 다른데요? 일본과 비슷할 줄 알았어요! 그럼 누가 기부해요?"
맞다. 누가 할까?
일본 고향납세제의 특징
기부 동기를 묻는 질문에 많은 일본 기부자들이 '답례품 획득'을 꼽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기부자들이 자신의 세금으로 특산품 쇼핑을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본 고향납세제 사이트인 '후루사토 초이스' 홈페이지는 답례품을 금액별, 카테고리별, 지역별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답례품을 받기 위한 기부 금액이 적혀있고 기부자는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듯 기부할 수 있다. 답례품 중심으로 제도가 정착되면서 각 지역의 특산품을 쇼핑한다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을 똑같이 내는데 다른 지역의 특산품까지 받을 수 있어 기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특산품 소비가 늘어나며 내부 순환경제를 형성하는 등 어려운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했다.
'지방 응원'과 '공감하는 사업'을 기부 동기로 꼽는 기부자도 많았다. 2022년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97.7%가 기부금의 용도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의 지방도시 역시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령자 중심의 정책이 많이 시행된다.
하지만 일본 지자체는 고향납세제를 통해 얻은 기부금으로 아동·청소년 보육이나 교육, 환경, 동물보호 등 지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기부자는 어차피 내야 할 세금으로 지역의 특산품도 받으면서 그 돈을 좋은 곳에 썼다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어 일본 고향납세제의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 클라우드 펀딩'은 선호하는 지역이나 정책을 기준으로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선호하는 지역 혹은 사업이 명확한 사람들은 특정 지역이나 사업에 기부하고 답례품을 받는다. 답례품 중심의 과도한 경쟁을 정책 경쟁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준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해 피해 지자체를 응원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 일본 고향납세제 사이트 후루사토초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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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납세제가 겪었던 시행착오
일본은 지방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에 따른 지자체 재정여건 악화의 해결책으로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도가 탄탄했던 건 아니었다.
2015년 일본 총무성은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과열되자 환금성이 높거나 고액의 답례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막고 제공되는 답례품의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기입하지 못하게 했다. 기부금 확보를 위해 고액의 답례품을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2016년에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답례품으로 준 것이 문제가 되어 규제가 시행됐다. 나가사키 현을 시작으로 포인트 답례품이 유행처럼 번지자 선불카드, 상품권, 전자화폐 포인트, 항공권 예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비롯한 다양한 마일리지를 금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산성이 높은 물품인 전자기기, 귀금속, 골프용품, 자전거 등 역시 금지했다.
▲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 고향사랑e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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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달리 저조한 참여, 큰 차이가 나는 이유
한국의 경우 일본의 선례를 학습하여 시스템 및 방향을 정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으로 답례품을 정해야 한다는 것과 기부금의 30% 만큼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는 시스템이 바로 그렇다.
또한 이번 6월 12일 2차 시스템 도입을 통해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개선하여 일본의 후루사토 초이스 홈페이지처럼 답례품을 잘 찾을 수 있게 변경했다. 선례를 학습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좋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초기 고향납세제를 도입했던 일본처럼 지자체 경쟁 과열을 경계하여 적극적인 홍보를 지양하라는 행정안전부 지침이 있었다. 하지만 초기 홍보 부진은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저조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기부 강요도 확인됐다. 일각에선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된 효과를 못 내고 있고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책임을 지역사회 공무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전국의 지역이 동시에 시작한 정책으로 등수가 바로 보이는 만큼 실적에 민감한 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매결연 지자체 구성 공무원과 서로 기부를 약속하며 실적 채우기 바쁜 모습이 자주 확인된다.
일본과 한국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세액공제 규모다. 한국 고향사랑기부제는 조건에 상관없이 1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의 경우 부양가족이 없는 3000만 원 소득자 기준 28만 원, 5000만 원 소득자 기준 61만 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큰 폭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2021년 통계 기준으로 한 건 당 평균 약 18만 원, 1인당 평균 112만 원을 기부한다. 통계를 통해 일본은 세액공제 한도 내 여러 번 기부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엔=1000원 기준)
폭넓은 세금공제가 매력적이려면 추가 혜택인 답례품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을 고르고 기부를 한다는 점에서 일본 고향납세제의 '정부 클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는 일본의 후루사토 초이스 홈페이지처럼 답례품을 중심으로 기부를 유도하고 있어 상황이 맞지 않다. 원하는 답례품을 확인하고 답례품 금액의 약 3배를 계산해서 기부해야 하는 한국의 시스템은 답례품을 고르고 표시된 금액만큼 기부하는 일본의 시스템보다 더 번거로운 셈이다.
답례품의 종류 역시 한계가 있다. 한국의 경우 세액공제 10만 원에 맞춰서 3만 포인트 이하 답례품의 개수가 압도적이다. 실제로 한국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 고향사랑e음 답례품 기준 1만 포인트 이하 답례품의 경우 724개, 1만 포인트 초과, 3만 포인트 이하 답례품은 5270개, 3만 포인트 초과, 5만 포인트 이하 답례품은 1137개로 많은 지자체가 세액공제 10만 원 한도에 따른 답례품 선정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3만 원치 특산품으로 지자체의 우수한 특산품을 홍보하기에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로 얻은 기부금으로 진행하는 기금사업 역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지자체별로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 관련 조례를 옮긴 수준이며 아직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설명은 찾기 힘든 편이다.
지자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사실 국가 간 정책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조세제도에 따라 세액공제 범위나 규모, 고향사랑기부제의 시스템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현재 고향사랑기부제의 상황은 애초 언론 등이 예상한 흥행과 비교하면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충남의 한 지자체는 전체 기부자의 9.2%인 58명이 1만 원 이하 기부자이며 100원에서 1000원 기부자는 54명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한 지자체는 1만 원 이하 기부자가 25.9%에 달한다(6월 7일 기준).
농협 등 은행권의 고향사랑기부제 금리우대 상품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의 우대금리는 혜택으로 인식되지만 세액공제 10만 원과 그 30%의 답례품은 혜택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전북 임실군의 경우 2분기가 지난 지금 총 기부금 3억 원 후반의 성과가 확인됐다. 현재 제도적 단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국내 7개 신문사 연합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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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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