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커지는데"… 벤츠, 한성자동차 노조 파업에 '난감'

편은지 2023. 7. 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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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자동차노조, 내달 2일 인천 지점서 부분 파업 집회 예정
본사에는 수천억 배당하면서… "사측 변화 없을 시 총파업"
'2대주주'인데 딜러사 바꿀 수도 없고… 고객 클레임 어쩌나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성자동차 성수 서비스 센터에서 금속노조 수입차 지부 한성자동차 노조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수입차 지부

벤츠코리아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가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파업에 돌입했다. 국내 벤츠 서비스 센터 중 가장 큰 규모의 정비망을 가진 만큼 만일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통상적인 수입차-딜러사 관계가 아닌, 한성자동차가 벤츠코리아의 2대 주주인 만큼 벤츠코리아의 입장 역시도 갈수록 난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수입차지부 한성자동차 노조는 내달 2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부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 이은 두 번째 부분 파업으로, 노조 전체 인원 중 30%인 300여명이 참석한다.

이 집회로 인해 내달 2일 인천 서비스센터를 포함한 전국 4-5개의 한성자동차 서비스 센터는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을 벌이는 인천 서비스센터의 경우 오후 1시부터 업무가 중단될 예정이며,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이 대거 포함된 성산, 성수, 논현, 대전, 율현 서비스센터 역시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인천 집회 이후에도 사측 입장에 변화가 없을 시 오는 9일 성산 서비스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한성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기존에는 인천 서비스센터에서만 부분파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했으나 사측의 입장에 화가난 조합원들이 동참을 선언하면서 전국 서비스센터 4-5곳 정도가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26일에 성수에서 진행한 파업 이후에도 회사 측에선 교섭을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인천 집회 이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성산센터에서의 총파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국내 벤츠 판매량이 늘면서 벤츠의 본사인 벤츠 AG와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기업인 '레이싱홍' 그룹에 수천억원을 배당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이싱홍그룹은 계열사인 보너스 리워즈를 통해 한성자동차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3년동안 레이싱홍 그룹이 받아간 배당금만 4000억이다. 한성자동차만 놓고봐도 2년간 2200억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며 "그런데도 올해 임금인상안으로 제시한 금액은 2000명 넘는 직원을 상대로 고작 1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수입차 딜러사 노조의 파업이 매우 이례적이란 점이다. 한성자동차 노조 역사상에선 최초고, 그간 모든 수입차 딜러사 노조를 통틀어서도 두 번째다. 수입차 본사와 딜러사 간의 관계가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갑을 관계이기 때문이다.

딜러사는 수입차 본사로부터 차를 구매해 이를 대리점에서 판매해 수익을 낸다. 기본적으로 본사에서 해당 딜러사에 차를 판매하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한데다, 판매 실적이 좋은 딜러사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의 할인을 지원하기도 해 사실상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본사 입장에서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판매 및 서비스에 차질을 빚으면 딜러사를 변경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은 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 관계가 통상적인 수입차 본사-딜러사 구조와는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성자동차를 소유한 레이싱홍그룹은 스타오토홀딩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지분 49%를 갖고 있는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사실상 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는 통상적인 수입차 본사-딜러사 간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의 속사정도 복잡해졌다. 최대 판매망이자, 최대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 접점이면서 동시에 2대 주주인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어서다. 벤츠코리아가 한성자동차에 공급 계약을 끊거나 딜러사를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는 부분 파업에 그치지만, 만일 한성자동차 노조가 총파업을 벌일 경우엔 벤츠코리아 측의 피해도 커진다. 차량 판매야 효성, KCC 등 타 딜러사에서도 가능하지만, 서비스센터 대부분을 한성자동차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 벤츠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벤츠 서비스센터는 전국 72곳 중 한성자동차가 26개로 가장 많은 서비스망을 갖고 있으며 효성 12곳, KCC 9곳, 모터원 6곳, 기타 나머지 딜러사들이 19곳을 운영한다. 특히 서비스센터가 몰려있는 수도권의 경우 영향이 적지만, 한성자동차 서비스센터가 대부분인 대전, 부산 등 일부 지역은 사실상 정비망이 마비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벤츠 본사의 온라인 직접판매와 관련한 움직임으로 노조의 불안감이 가중된 상태라 파업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벤츠코리아가 온라인 직접 판매로 판매 구조를 변경할 경우, 대리점 축소와 영업 판매 직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의 중점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이지만 온라인 직접 판매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노조 내에서는 영업사원 감축과 생존권 위협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회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번 요구안이 관철될 때 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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