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대전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 출범

장재완 2023. 7. 31.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20여 명 참여, 피해자 300명 이상 추정...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 마련 호소

[장재완 기자]

 '대전광역시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원회'가 31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그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입장이다.

'대전광역시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원회(위원장 정창식, 이하 대책위)'는 31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현재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약 3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운영하는 익명의 카톡방에는 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피해 금액을 모두 합하면 200억 원이 넘는다.

대전지역 피해자 대부분은 다가구주택 거주자라는 특징이 있다. 다가구주택 비율이 1/3로 전국 1위인 대전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부채만으로 수십 채의 건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지자체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문제 발생 시 경매를 통해 대출 원금은 회수 가능하니 본인들의 실적 챙기기를 위해 수백억의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중개수수료 및 부당 이익금을 챙기고도 문제가 발생하면 나 몰라라 책임을 지지 않고 버젓이 영업하는 중개인들이라고 지목했다.

또한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실질적인 보장이 되지 않는 허울뿐인 정책만 선보이는 정부와 지자체 TF팀과 ▲피의자에 대한 조사 및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수사기관들 ▲미약한 처벌과 가해자를 양성할 수밖에 없는 허술한 법 등도 피해자 양산의 주범이라면서 "전세사기는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만든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로 인해 피해자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전시와 각 지자체, 정부 기관은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제대로 된 행동에 나설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히 방조이며, 가해자 및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꼴"이라며 "전세사기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구제 방안 및 처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전시 및 각 지자체, 정부 기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정창식 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보증금 2억 8000만 원을 전세사기당한 당사자라고 소개한 뒤 "그 돈은 저의 20대와 30대, 그리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매달 200만 원씩 모아왔던 전 재산이었고, 작년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낼 돈이었다"면서 "사기를 당한 사실을 인지하고, 임대인과 부동산 일당을 고소했고, 주택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를 찾아가고, 법원에 임대차 보증금 지급명령을 신청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전에서만 저와 같은 다가구 전세 피해자만 수백 명에 이른다. 이런 사회적 재난을 만든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원망스럽고, 이런 재난을 전혀 예상치 못한 무능한 현 정부, 혹은 예상했다면 그 어떤 구제책도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현 정부가 원망스럽다"며 "도대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대책을 내놓을 것이냐"고 따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도 발언에 나서 "정부가 구제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관은 확실하게 내려온 지시사항이 없다고 하고, 은행은 서로 미루기만 한다"면서 "전세사기범은 저희 돈을 가지고 도망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저희는 도둑맞은 돈을 갚기 위해 남은 인생을 바쳐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방안과 너무 가벼운 가해자에 대한 형량으로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며 "더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대책위 출범식에는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 접수를 받아 대책활동을 해 온 민주당 대전시당과 정의당 대전시당, 진보당 대전시당이 함께 참여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