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외치니 자식보다 빨랐다…폭염 쓰러진 노인 살린 이것
“‘아리아’, 살려줘….”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9일 오후 7시쯤 경남 창원의 한 1인 가구주택. A씨(69)는 힘겨운 목소리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AI 스피커는 경남도 인공지능 통합돌봄관제센터와 연결돼 응급벨을 울렸다. 위급상황을 감지한 센터 근무자가 즉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가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 A씨는 “어지럽고 기력이 없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A씨 집으로 출동했고, 그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수액 치료 등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 잡는 폭염…AI 스피커 ‘실시간 대응’
전국적으로 ‘사람 잡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폭염 대응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경남도는 ‘인공지능 통합돌봄 AI 스피커’를 폭염 대책으로 활용 중이다.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애인·만성질환자 등 가정 8500여곳에 보급했다. 특히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독거노인의 위기신호를 잡아내는데 효과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AI 스피커를 통한 응급 구조 사례는 84건에 이른다.
경남도 관계자는 “응급벨이 울리면 곧장 해당 가정에 연락을 취한다. 3차례 응답이 없으면 소방과 연계해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스피커로 폭염경보도 알리고 그에 따른 행동요령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 부여군도 마찬가지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기기가 홀로 사는 독거노인의 활동량을 측정한다. 평소보다 움직임이 떨어지는 등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군청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각 자치단체들은 생활지원사 등 전담인력을 투입,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호텔·빙상장도 ‘무더위 쉼터’로
전국 지자체는 폭염 취약계층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가까운 경로당과 마을회관·복지회관·보건소·주민센터 등 무더위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 중 무더위 쉼터로 호텔을 잡거나 빙상장을 활용한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는 지역 호텔 2곳과 협약을 맺어 안전숙소 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60세 이상 홀몸노인이 대상이다.
경남 창원시 산하 창원시설공단은 지난 1일부터 성산·의창스포츠센터 빙상장 2곳의 관람석(577석)을 무더위 쉼터로 무료 개방했다. 빙상장 내 평균 기온은 7~8도 안팎으로 장시간 이용할 경우 겉옷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하루 평균 70~80명이 찾았다”며 “매년 개방하는데, 8월이면 관람석이 매일 꽉 차다시피 해 올해도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온열질환자 구조를 위한 ‘119 폭염 구급대’를 꾸렸다. 세종시소방본부는 오는 9월 말까지 119 폭염 구급대’를 운영, 쿨링베스트(냉각조끼)와 쿨링매트리스 등 장비를 갖추고 온열질환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대구소방본부도 온열 환자 이송에 ‘119 폭염 구급대’를 투입 중이다.
양산 쓰기·쿨링의자…체감온도를 낮춰라
뙤약볕에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의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나오고 있다. 충남 부여군과 부여군교육청은 지난 21일부터 노인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양산 쓰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최대 3~7도까지 내려가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도 보호할 수 있어서다. 부여군은 16개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양심 양산대여소’를 마련, 누구든 양산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서울과 경기는 물론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 대도시 곳곳엔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쿨링포그는 물을 빗방울의 1000만분의 1크기의 안개처럼 분사, 주변 온도를 최대 3~5도 낮추는 장치다. 주로 인파가 몰리는 공원과 버스 정류장 등에 설치돼 있다. 쿨링포그 시스템이 가동 중인 창원 정우상가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박모(70대)씨는 “분무기로 시원하게 뿌려주니 한결 낫다”며 “옷이 젖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금방 증발해서 그럴 일은 없었다”고 했다.
외부 온도에 따라 의자가 시원해지는 쿨링의자가 설치된 지역도 많다. 또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도로의 복사열 낮추려고 살수차 수십대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다. 한편 각 자치단체·소방당국에 따르면 주말새 전국적으로 폭염 여파로 최소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대훈·신진호·문희철·최종권·김준희·김윤호·최충일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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