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참사 전날 폭우 속 서울서 만찬"…재난회의는 7분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4일 폭우 상황에서 충북을 벗어나 서울에서 기업인과 만찬·간담회를 가져 논란이다. 재난 대응 최고 단계가 발령된 상황에서 7시간가량 자리를 비워서다. 여기에 한밤중 개최한 재난상황 점검회의도 부실정황이 드러나 비난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박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31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4일) 재난 대응이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됐는데도 김 지사는 폭우를 뚫고 서울까지 가서 지인과 저녁을 먹었다”며 “충북 재난 안전의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가 긴급회의마저 미루고 서울까지 달려간 배경과 누구를 만났는지를 (정확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재난대응 3단계 때 ‘서울 만찬’ 行
박 의원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5시 비상 1단계가 발령된 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 2단계로 올랐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하루 뒤인 14일 오후 4시40분을 기해 대응 단계가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에 이뤄진 긴급회의는 김 지사가 아닌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주재했다. 비 피해가 우려되는 3단계였지만 회의 당시 김 지사는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실시간 보고 받아"
이에 대해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은 “서울 일정은 (지인 아닌)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전문가인 기업 대표 2명과 만나 인프라 구축 문제에 대한 자문을 듣기 위해 (이미 오래 전) 마련한 자리”라며 “당시 호우 특보 상황은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 지사는) 상경하는 차 안에서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상황을 관리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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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 점검회의는 6~7분 주재
충북도가 제공한 ‘충북지사 도청 출입 내역’을 보면, 김 지사가 도청에 복귀한 시간은 14일 오후 10시51분쯤이다. 김 지사는 4분 뒤인 10시55분 ‘집중호우 재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11시5분 도청을 빠져나간다. 회의시간은 ‘10분’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김 지사가 회의를 주재한 게 아니라 상황실 근무자 위로차원에서 간식을 전달한 것으로 실제 회의는 주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변인은 이에 “(김 지사는)14일 밤 11시쯤 도청에 복귀해 6∼7분가량 회의를 주재하면서 주요 상황을 점검했다”며 회의 당시 김 지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박 의원의 ‘위로차원 방문’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앞서 김 지사는 14명 사망자를 낸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당일인 15일 대처가 논란된 바 있다. 김 지사가 침수 관련 첫 보고를 받은 건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44분쯤으로 당시 그는 지하차도 사고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오전 10시쯤 괴산으로 출발했던 김 지사가 오송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오후 1시30분쯤이다. 이 때문에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김 지사, 3월 산불 때도 술자리 의혹
김 지사는 지난 3월 30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봉황산 산불 상황 때 술자리에 참석했단 의혹을 사기도 했다. 김 지사가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당시 충북도는 “산불 발생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면서 매뉴얼대로 대응했다”며 “지역 주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도정 시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충북도의회 민주당, 행정사무조사 요구
한편 충북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도의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과 행정사무조사를 요구했다. 행정사무조사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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