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찾아 떠나는 섬 여행... 천연어장 우도·소우도·분점도

최미향 2023. 7. 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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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국내 최대·세계 5대 갯벌 선정 '가로림만'... 점박이물범 서식지 탐사

[최미향 기자]

 소(牛)를 찾아 떠나는 섬 여행 ...천연어장 우도로 가는 배
ⓒ 문수협
 
얼마 만의 여행이던가. 피곤함에도 머릿속이 황량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푸른 바다와 갈매기를 떠올렸지만, 금세 후덥지근하고 끈끈한 땀과 함께 습하고 비린 바닷내음도 함께 떠올려졌다.
조곤조곤하면서 부지런한 발걸음과 어쩌다 만날 몇 마리의 소(牛) 너머로 온화한 섬 풍경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제서야 마음이 안정되며 편안해졌다. 7월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유독 긴 장마 끝에 시작된 우도 탐사! 이번 여행을 빌미로 끔찍한 8월의 무더위가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보태졌다는 걸 고백한다.
 
▲ 민간단체가 나선 '가로림만 해양정원 지정촉구' 단체사진  .
ⓒ 문수협
 

국내 최대 갯벌·세계 5대 갯벌 선정 '가로림만'... 점박이물범 서식

7월 29일 가로림만해양정원 지정촉구를 위해 만들어진 민간단체 '서산시대가로림만탐사단(단장 김기혁)' 단원들과 함께 우도로 들어가는 배에 승선하기 위해 이른 아침 벌말항을 찾았다. 이름 특이한 '벌말'은 소가 쟁기질로 소금을 만드는 벗질에서 유래된 '벗마을'이 지금의 '벌말'이 됐다는 유래가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갯벌이자 세계 5대 갯벌로 선정된 청정 해양 생태계 보고인 벌말항 앞 바다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점박이물범이 4월부터 12월까지 서식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의 수입원은 주로 꽃게, 우럭, 주꾸미, 낙지 등 각종 수산물과 가로림만 입구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이다.

또 이곳에는 벌천포해수욕장이 있다. 서산 유일 해수욕장으로 아름다운 석양과 예쁜 몽돌이 천혜의 해변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아울러 물이 맑고 깨끗하여 전국의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 슬라브집과 바닷가가 맞닿아 있는 섬 우도 .
ⓒ 최미향
 
갯벌 천국 '우도'... 숱한 아픔 견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우도(牛島)' 작은 섬만 떠올릴 양이면 섭섭하다. 이곳은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산시의 '가로림만'에 위치한 섬으로, 모양이 마치 소처럼 생긴 데에서 우도, 소가 눈 똥이란 뜻의 분점도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우도는 예로부터 나비섬, 벗섬, 소섬, 쇠섬 등으로 불려오다가 섬의 모양이 소처럼 생겼다 하여 약 100여 년 전부터 우도라 이름하고 있다. 이것을 다시 세분화 하면 본섬인 대우도(大牛島), 부속 섬인 소우도(小牛島), 분점도(分占島)로 나뉜다.

우도는 가로림만 내 천혜의 유인도로 17가구가 자리 잡고 있는 마을로 썰물 때 이동이 가능한 북쪽의 소우도와 13가구가 사는 남쪽의 분점도가 있다.

 
▲ 우도 이영구 이장(왼쪽 첫번째) 우도 이영구 이장이 가로림만 내 천혜의 유인도 섬인 우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최미향
 
우도(牛島)는 충청남도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에 딸린 섬으로, 면적 0.56㎢, 해안선 길이 1.8km, 17가구가 거주하며, 육지와의 거리가 2.3km, 이웃 섬인 웅도와는2.3km 떨어져 있다.

또 우도는 모래로 된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무인도인 '소우도'를 끼고 있으며, 썰물 때는 6km나 떨어진 본토의 남쪽 도성리와 중왕리(中旺里)까지 육지와 연결된다. 대우도, 소우도, 분점도와 함께 서산시 지곡면 도성2리에 속한다.

예로부터 기가 센 황금산과 팔봉산의 조정자 역할을 해내면서도, 한국전쟁 시절 피신을 위해 숨어든 섬으로, 숱한 아픔을 꿋꿋이 견뎌낸 섬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도(牛島)다. 특히 우도는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직접적인 손해를 입어 주민들이 속앓이하기도 했다.
 
▲ 서산 우도 맘씨 좋은 주민들이 바다를 지켜내고 있는 섬 우도의 조용한 하루
ⓒ 최미향
 
 
맘씨 좋은 주민들이 섬과 바다를 지켜내고 있는 섬 '우도'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고 같이 떠내려가다가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게 되면 마침내 엉금엉금 살아 걸어 나오는 동물이다. 이는 곧 순리에 거스르지 않는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대산 벌말항에서 도선을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쳐진 곳에 17채의 알록달록 집이 펼쳐져 있는 우도 섬에 닿는다. 사실 서산시민 중에도 제주도의 '우도'만 생각하고 충남 서산의 '우도'라는 섬을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 ?U자형의 해안도로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우도 .
ⓒ 문수협
 
선착장 방파제를 기준으로 마을이 왼쪽에, 오른쪽은 임야로 형성된 우도는 U자형의 해안도로가 한적하게 나 있고 밭은 없다. 또 주민들의 주 수입은 얕은 바다와 간석지에서 생산하는 김·굴 양식이다. 또 해안의 시작은 전부 자갈밭으로 이뤄져 있지만 바다 속으로 들어갈수록 모래밭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배에서 내리자 선착장에서 바라본 곳에는 갈매기 그림 대신 소 벽화가 제일 먼저 손님을 맞았다. 섬에 웬 소 그림이냐고 뜬금없이 물을 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곳은 소의 복부에 해당한다는 설이 있다.

 
▲ 우도에는 소 대신 진돗개 봉구가 있다. .
ⓒ 최미향
 
바다의 전령사 비릿함은 흔적도 없는 우도. 냄새 대신 냄새에 민감한 늙은 진돗개 '봉구'가 있는 섬이다.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 이 마을 이영구 이장님께서 환영 인사를 해주셨다. 이장님의 말소리에 맞장구를 치듯 덩달아 봉구의 꼬리가 살랑살랑 춤을 춘다.

날이 선선한 봄·가을에는 제법 관광객들이 채비하고 들어와 한나절 힐링해도 좋을 듯싶은 우도는 그렇게 맘씨 좋은 주민들이 섬과 바다를 지켜내고 있었다.

단원 중 한분이 의견을 냈다.

"갑자기 우도를 일본의 '나오시마섬'처럼 차별화된... 그래서 일본 여성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문화의 땅 나오시마로 조성해도 좋을 듯 싶어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섬 나오시마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이 있죠. 우도를 한국의 나오시마로 조성하면 어떨까?"
   
▲ 우도에 있는 미역배양장 .
ⓒ 최미향
   
우도 쓰레기 처리장... '집하장 팻말 부착' 필요

벽화가 자리하고 있는 900㎡ 우도 방파제,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하우스로 만들어 놓은 깨끗한 미역배양장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넓고 시원했다.

정지주 탐사대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우도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어느 정도 자라 부산 기장으로 건너가 쫄깃한 맛과 특유의 향으로 사랑받는 기장미역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기장미역의 모태가 바로 서산 우도라는 것인가!

"앞만 보고 걸으려면 그냥 동네 운동하는 게 나아요. 우리는 제발 그러지 말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눈에 담고 가도록 합시다"라는 정 대장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하며 느린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 물이 빠진 갯뻘에서는 나이를 잊고 삶을 낚아 올리는 우도 주민들 .
ⓒ 최미향
 
곁으로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허리 굽은 어르신일지라도 조만간 물이 빠진 갯벌에서 삶을 낚아오겠단 생각에 순간 발걸음이 경건해졌다. 멀리 물결에 비친 포말이 별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7월 끝자락임에도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준 바다, 그 사이로 무리에서 이탈한 갈매기 한 마리가 피곤한 몸짓으로 날고 있었다. 키 작은 코스모스와 나리꽃이 피었다 시들해져 갔고, 보기 드문 목화가 낯선 손님을 반기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우도 쓰레기하치장 모습 .
ⓒ 최미향
 
그때, 햇빛과 구름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만난 곳에 녹슨 고물들이 눈에 띄었다.

"고철 종류는 여기에 모아놓았다가 2년에 한 번 서산시에서 화물차 대주고, 배 대주고, 그때 분뇨수거정화차도 함께 와요. 근데 이걸 누가 찍어 '쓰레기가 쌓여있다'고 신고를 한 사건이 있었죠. 난리 났었습니다. 사실은 해마다 해달라고 했더니 쓰레기 한 번 치우는데 500만 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엄청나게 비싸죠."

제2, 제3의 신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고철집하장 팻말 부착'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해답일 듯 하다. 그래야 불미스러운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 제방에 앉아 있는 탐사대원들 .
ⓒ 최미향
 
제방공사...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고민하는 계기

가로림만의 한가운데에 있는 섬 우도는 서쪽에 태안군 이원반도가, 동쪽에 서산시 대산읍이 보인다. 작은 섬 둘레길을 걷노라니 멀리 벌천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보인다.

탐사대장님이 벌천포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도)제방 공사를 했는데 아쉽습니다. 차라리 나무를 심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가로림만의 가치가 떨어지잖아요." 슬라브집과 바닷가가 맞닿아 있는 섬 우도에 제방을 나무만으로도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물론 대장님의 말씀은 비단 우도의 제방공사만을 두고 하신 말씀은 아닌 것으로 안다.

태국의 최대휴양지 푸켓의 나이톤 해변을 보면 그곳 또한 도로와 해변이 아주 근접해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키 큰 나무가 가림막 역할을 해줘 높은 파도를 막아주고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넓은 백사장이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똑같을 수는 없지만 참고해볼 만하기는 하다.
 
▲ 고파도에는 모래 대신 조개껍데기가 해안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 최미향
 
이뿐만이 아니다. 서산과 맞닿아 있는 태안만 보더라도 2001년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최초로 모래포집기를 설치하여 해안사구의 모래 유실을 막고 사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효과가 입증됐다. 이로 인해 태안은 지속해서 이 공법으로 해안생태계 복원에 노력을 기울인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는 거제도 비진도해수욕장과 외향마을을 잇는 진입도로 확포장공사 대신 태안의 사례를 보며 친환경 모래 유실을 막는 모래포집기를 설치하여 모래 보전뿐만 아니라 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했다고 한다.

모래포집기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약 1.2m 높이의 울타리다. 이것을 해안가에 갈지자 형태로 설치해 두면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걸려 그 자리에 쌓이게 되는 친환경 시설이다.

 
▲ 정지주 탐사대장이 우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 .
ⓒ 문수협
 
이번 탐사에서 다시금 인간 활동에 의한 방조제 건설이 얼마나 많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정 대장님의 말씀처럼 "제방공사는 업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다양한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죠. 다시 한번 제고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귓전에 남는다.
지금부터라도 솔선수범하여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구 만들기에 개개인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영구 우도 이장이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주셨다.  .
ⓒ 문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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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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