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강력해진 삼성의 하만, 올해 영업익 첫 1兆 넘어설까
인수 직전 영업이익 6년 만에 뛰어넘어…올해 '1조 클럽' 정조준
전장 시장은 글로벌 기업 각축전…경쟁사 압도할 첨단 기술 요구돼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Harman)이 전장사업(자동차 전기·전자장치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하만은 고속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에 발맞춰 주력 사업인 디지털 콕핏, 카오디오 등 관련 부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R(증강현실) 기술 기업 인수로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 명실상부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6700억원, 38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와 견줘 18%, 90% 늘었다.
실적 호조에 대해 삼성전자는 "포터블·TWS(True Wireless Stereo) 중심으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면서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사업을 수주하며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전장과 오디오 사업에서 모두 성과를 내 이익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보다 원자재·물류비가 하향 안정화된 점도 비용 효율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크게 전장부품(Automotive)과 라이프스타일 오디오(Lifestyle Audi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중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카 오디오 등 전장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 전장 제품으로만 구성된 운전석 및 조수석 전방 영역을 뜻하며,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용 무선통신 기술로 기본적인 통화와 비상시 긴급 구조, 실시간 교통정보와 원격 차량 진단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사업은 포터블 스피커, 헤드폰 등 소비자 오디오와 특수조명, 영상컨트롤 솔루션 등 프로페셔널 오디오 솔루션으로 구분된다.
7년 전인 2016년 삼성전자는 자동차와 ICT가 융합한 '스마트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 하만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 인수 규모는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9조2000억원)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하만은 글로벌 인포테인먼트 분야 시장 점유율 24%(1위), 텔레매틱스 분야 점유율 10%(2위)를 기록하며 전장 전문 기업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었다.
글로벌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M&A였지만, 이후 기대만큼 실적이 따라주지 않아 오랜 기간 '아픈손가락'이 됐다. 인수 첫 해인 2017년 57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1617년, 2019년 3223억원을 기록하며 조금씩 성장하는가 했지만, 코로나가 불어닥친 2020년에는 55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 거래처인 자동차업체들이 속속 생산을 중단한데다, 소비자들의 지갑도 얇아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하만은 100여개에 달하던 자회사를 정리하고, 조직 슬림화에도 나서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 밖에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도입하며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하만의 영업이익은 5991억원으로 회복됐으며 지난해에는 8805억원을 달성,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인수 직전 영업이익(6809억원)을 6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하만은 현재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로부터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하만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EQS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의 5G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5G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2021년 출시된 BMW의 럭셔리 SUV 전기차 ‘아이엑스(iX)’에 업계 최초로 공급했다. 또 제네시스 GV60과 G90에 자사의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카오디오에서 성과를 지속했다.
전장 제품 수요는'차량 내 경험(In-Cabin Experience)' 시장 성장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차량 내 경험' 시장 규모가 2022년 470억 달러(약 60조원)에서 2028년 850억 달러(약 108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정조준해 하만 뿐 아니라 LG전자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전장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은 전장 사업 차별화를 위해 5G·OLED(유기발광다이오드)·AI(인공지능)·음성인식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개발·출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이 하만 인수에 각별히 관심을 보였던 만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 멕시코 소재 하만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하만과 공동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를 공개했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신체와 감정 상태 변화를 차량이 직접 인지해 상황에 맞는 기능을 작동시키는 솔루션이다. 인지 부주의 감지와 스트레스-프리 경로 제안 등이 대표적 기능이다. 카오디오 기술 '레디 튠'(Ready Tune)도 이날 함께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AR 기업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나섰다. 지난해 2월 하만은 독일의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아포스테라는 자동차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AR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하만의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증권가는 하만의 전장 및 오디오 사업 호조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시장 성수기를 맞아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다. 각 증권사 전망치는 하나증권(1조원), 교보증권(1조1000억원), 유안타증권(1조130억원), 현대차증권(1조59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분야에서 성수기 판매를 확대하고, 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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