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비만약' 내건 한미약품…"임상 3상 신청"

이춘희 2023. 7. 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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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억제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당뇨 치료제에 이어 비만 치료제까지
'한국인 맞춤' 개발 구상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신약들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비만 치료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시장에 한미약품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 화성시 동탄 한미약품연구센터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비만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에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물질이다. 2015년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해 다양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됐지만 2020년 관련 권리가 한미약품 측에 반환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결과를 사노피가 반환 이후인 2021년 6월 세계 최대 당뇨 관련 학회 중 하나인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구두 발표하는가 하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NEJM)에도 결과가 등재되는 등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은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ADA에서 공개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 4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앰플리튜드-M(AMPLITUDE-M)' 임상 결과에 따르면 56주간 에페글레나타이드 4㎎, 6㎎ 투약군에서는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났고, 이는 56주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 개선, 혈당 조절 효과도 함께 확인됐다.

GLP-1은 이처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강하하는 효과가 있어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수적으로 뇌에서의 식욕 억제 효과, 위에서의 음식물 배출 속도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의 용도 추가가 이뤄지는 추세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티드)'·'위고비(세마글루티드)' 모두 GLP-1 계열의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이 이뤄지다가 비만 치료 효능이 확인된 사례다. 삭센다는 '빅토자', 위고비는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당뇨 치료제로 출시됐던 제품들을 비만 치료제로 재출시된 제품들이기도 하다.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보다 높은 체중 감량 수준을 내세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마운자로가 임상에서 처음으로 22.5%로 20%가 넘는 체중 효과를 선보인 데 이어 일라이 릴리는 올해 ADA에서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결과 24.2%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베링거 인겔하임도 질랜드 파마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GLP-1 계열의 '서보듀타이드'의 임상 2상에서 참가자 40% 이상이 최소 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를 ADA에서 공개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BMI) 25㎏/㎡)에 최적화한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약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서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20%가 넘는 감량 효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초고도비만 환자는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의 특성상 이 같은 감량 효과가 오히려 지나칠 수 있는 만큼 감량 효과와 부작용 등을 고려한 한국인 최적화 비만약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전무는 “상대적으로 BMI 수치가 높은 서양인 환자를 타깃으로 개발된 외산 GLP-1 비만 약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이 더 우수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한국에서의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가급적 빨리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GLP-1 유사체 기반의 다양한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GLP-1에 글루카곤이 더해진 한미의 ‘듀얼아고니스트’는 MSD(미국 머크)에 기술수출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의 글로벌 2b상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에까지 작용하는 3중 작용제 '트리플아고니스트'도 NASH 타깃의 글로벌 2b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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