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킨다…인적 네트워크 구성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A씨(63)는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다니던 개인 병원에 방문했다. 대동맥 박리증이 의심돼 급히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19 구급대에서 여러 병원을 연락했지만, 현재 가용한 중환자실과 당직 흉부외과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2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A씨는 사망했다.
앞으로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심뇌혈관질환 응급환자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는 심뇌혈관질환자 전원·이송에 대한 신속 의사결정을 통해 적시 적합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시스템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치료 제공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 응급의료 단계를 빠르게 단축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는 국무총리 주재 제27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제2차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2023~2027)을 31일 발표했다.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은 급성심근경색증·뇌경색·뇌출혈 등 심장과 뇌의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심뇌혈관질환 환자 수는 290만여명, 연간 진료비는 7조원에 육박한다. 환자 수는 고령화로 인해 지속 증가 중이다. 중증 심뇌혈관질환은 치명률이 높지만, 골든타임 내 치료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는 필수 의료 분야다.
종합 계획은 '24시간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걱정 없는 건강한 일상'을 비전으로, 중증·응급 치료 대응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신속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해결 경로 마련, 진료자원·인프라 연계, 환자 중심의 포괄적 관리체계 구축, 근거 기반의 정책 실현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선 환자 중심의 의료이용 체계를 확보한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정보센터를 운영한다. 심뇌혈관질환 의료이용 현황과 병원 변동을 반영한 심뇌혈 질환 의료이용 권역(진료권)을 3년 주기로 분석하고, 골든타임 내 도착이 가능한 거주지역의 치료 병원 현황을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심뇌혈관질환 의료 이용 지도'는 환자의 의료 이용 흐름과 치료 자원 변동 추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전국의 119 구급대, 응급의료기관 등에 제공하고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 권역·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 대상 핫라인을 운영한다. 신속한 내원 결정과 병원 방문 시 공공 이송 지원 등 골든타임 내 최적의 의료 이용 경로를 안내할 계획이다.
심뇌혈관질환 치료 대응체계도 확보한다. 전국 14개 권역에 지정 운영 중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내·외과 포괄적 전문치료 역량을 갖춘 심뇌혈관질환 전(全) 주기(예방·치료·관리) 통합 거점기관으로 개편한다. 이를 위해 치료 역량에 대한 기준을 포함해 3년 주기 평가를 실시하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권역에 대해서는 심뇌혈관질환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육성형 권역센터로 지정할 예정이다.
치료 역량이 있는 전문의들의 진료 협력체계를 지원하는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도 도입한다. 전문의 네트워크팀을 소속에 관계없이 구성하여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대응 소요 시간을 줄이는게 목표다. 네트워크는 급성심근경색증·뇌졸중·대동맥박리 등 질환별·치료 방법별 골든타임 내 도달 가능한 범위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최소 7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치료 역량이 있는 전문의의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경우 응급의료단계를 단축하고 응급 병상의 확보로 응급의료기관의 미수용 문제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 사업은 팀 단위 보상체계를 새롭게 시도하는 건강보험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다. 세부 사업 지침 마련 및 참여기관 공고, 선정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관리 사업을 강화한다.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대상 지역(현재 19개)을 확대 추진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에 대해 환자 중심의 포괄적 관리도 추진한다. 검진 결과 건강위험요인 보유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건강상담을 제공한다. 복합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위해 국가건강검진 내 이상지질혈증 검사 확대 등도 검토한다.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직업군은 특화된 건강검진(경동맥초음파·심전도 등)과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업무상 질병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취약 사업장(50인 미만·야간교대 등)에 대해서는 보건관리 기술 지원도 강화한다.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국가 승인 통계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및 지역별 통계를 생산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치료-관리 전주기에 대한 연구개발도 확대한다.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선별도구 및 관리지표와 위험도 평가 도구 개발이 추진된다. 국립보건연구원 소속의 국립심혈관연구소 설립도 추진된다.
정책 간, 중앙·지자체 협력도 강화한다. 임상적 리더십 기반의 정책 지원을 위해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를 도입해 협력 기반의 심뇌혈관질환 중앙-권역-지역 전달체계를 확립한다. 중앙센터는 하반기에 지정 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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