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실리콘밸리 아닌 '월가식 CEO'로 변신하려는 이유
맞춤형 광고 위기·주요 임원 퇴사 등 위기 직면
'매켄지 적' 탑재한 메타, 올해 주가 160% 상승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효율성을 핵심으로 하는 월가식 CEO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업부터 사업을 확장하며 혁신을 강조하던 경영방식을 내려놓고 수익성 악화와 경영진 교체라는 위기 앞에서 대량 정리해고도 가차 없이 단행하는 월가식 CEO로 변했다는 평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격투기 논쟁을 벌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를 출시하며 올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저커버그 CEO의 변화가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 혁신·성장보다 효율·수익 강조 '매켄지 적'
3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저커버그 CEO와 관계가 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저커버그 CEO가 월가의 경영 방식을 택한 '매켄지 적(Mckinsey Zuck)'으로의 면모를 속속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를 두고 '마크 저커버그 버전 3.0'이라고 표현했다.
하버드대 학생으로 창업에 나섰던 저커버그 CEO를 버전 1.0인 '하버드 적(Harvard Zuck)', 이후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리더십을 선보였던 '실리콘밸리 적(Silicon Valley Zuck)'을 버전 2.0이라고 본다면 현시점에서 보는 그의 모습을 매켄지 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식 CEO는 혁신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비용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 적합한 스타일이다. 반면 월가식 CEO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요시한다. 성장보다는 조직 안정성에 무게를 둬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매켄지 적이 등장했다는 것은 저커버그 CEO가 혁신과 성장보다는 수익과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그의 발언에서 이러한 변화를 볼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를 '효율성의 해'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메타 역사상 처음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을 때만 해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다. 모두에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해고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는 "수익성이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며 발언과 태도의 변화를 보였다.
◆ 저커버그를 혼란에 빠트린 위기 세 가지이러한 저커버그 CEO의 변화는 메타의 사업 성장 주기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으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해석했다.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했던 2012년부터 메타플랫폼으로 사명을 바꾼 2021년까지 메타는 빠르게 성장해왔다. 페이스북의 월 사용자 수가 10억명에서 35억명으로 증가했고 회사의 시장가치도 1000억달러(약 127조6000억원)에서 1조달러를 넘겼다. 당시 SNS가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개인정보 대량 수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저커버그 CEO가 직접 의회에 출석하기도 했지만, 사업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메타는 하락세를 보였다. 저커버그 CEO 입장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익 감소와 플랫폼 이용자 감소 등을 감당해야 했다.
가장 큰 타격은 바로 2021년 4월 등장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었다. 이는 메타의 매출 90%를 넘길 정도로 비중이 큰 SNS 핵심 사업인 맞춤형 광고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애플의 정책으로 IOS 사용자에 일일이 개인정보 사용 동의를 받게끔 하다 보니 이를 거부하는 사용자가 늘어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진 것이다.
한 메타 전직 임원은 "애플의 상황은 그들이 말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회사(페이스북) 모든 부문의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당시 메타는 주주들에 애플의 정책 변화로 인해 2022년에만 광고 매출이 100억달러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SNS 틱톡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SNS 입지를 흔들기도 했다. 또 저커버그 CEO가 회사명까지 바꿔가면서 메타버스에 집중, 회사가 막대한 미래 투자 비용을 감당하게 된 것도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저커버그 CEO가 실리콘밸리식의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크 슈뢰퍼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퇴사한 것도 대외적으로 회사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 적이 내놓는 혁신적인 계획을 신경 쓰지 않았다"며 "그들(투자자)은 기업을 순조롭게, 수익성 있게 운영할 책임감 있는 경영진을 원했다"고 전했다.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저커버그 CEO는 혼란에 빠졌다. 그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 나와 "메타 CEO로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건 배를 한대 맞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가 자신을 해결해야 할 문제의 일환으로 보고 현시점에서 실리콘밸리보다 월가에서 더 선호하는 CEO의 방식으로 자신을 바꾸는 식의 선택을 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설명했다.
◆ "효율성 높여 투자 매력적인 회사로"…올해 주가 160%↑저커버그 CEO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경영 방식을 바꿔온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메타가 위기를 겪던 지난해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용역을 주고 메타의 비용 문제를 분석하도록 했다며 그 결과가 저커버그 CEO를 크게 바꿔놨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저성과자 등을 대량 해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같은 해 11월 메타의 첫 정리해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이후 2만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지만, 올해 추가로 직원들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 CEO가 지난 5월 대규모 정리해고는 더 이상 없다고 밝혔지만 메타는 현 인력보다 5000명 적은 2020년 수준으로 직원 수를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과제로 둔 저커버그 CEO는 올해 "더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자원과 신뢰를 확보하게끔 해 더 일하기 좋고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번스타인의 마크 슈물릭 애널리스트는 "그가 새로운 테마를 선택했고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 바로 투자자들이 정확히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메타의 고성장은 이제 끝났지만, 돈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한 저커버그 CEO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타의 주가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이 컸던 지난해 40% 이상 폭락했으나 올해 들어 시장 상승세와 함께 160% 이상 폭등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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