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장 성향에 좌우되는 교권보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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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하는 교권 침해 통계수치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있지만 교사들은 신고하지 못해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취재 중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가 내세우는 교권 보호 장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교권 보호 정책이 현장 교사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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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매뉴얼 없어 현장서 작동 안돼
현장까지 닿을 수 있는 제도 설계해야
"정부가 발표하는 교권 침해 통계수치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있지만 교사들은 신고하지 못해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취재 중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가 내세우는 교권 보호 장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호소했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각 학교에는 교권 침해 사안을 처리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교권보호위는 문제 학생을 전학, 퇴학까지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보호위는 ‘어떤 학교장인가’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취재해보니 허술한 법령이 원인이었다. 현행법은 교권보호위 개최를 학교장과 교권보호위원장의 재량에 맡긴다. 교권보호위 개최 근거가 되는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적힌 6가지 기준으로는 학부모 과잉 민원, 허위 고발 등을 다루기 어렵다. 이러니 학교장도 성향에 따라 소극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간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던 건 정부와 국회가 교권 문제를 후순위로 다룬 탓이 크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후속 입법과 매뉴얼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학교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국회도 교권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부터 상정하고 있지만 다른 법안에 밀려 아직 심사조차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법령이나 조례로 뒷받침되지 않는 교권 침해 사안이 교실에서 숱하게 벌어져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교권 보호 정책이 현장 교사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우선 교권보호위가 학교장과 위원장의 재량이 아닌, 개최 기준에 맞는 사안이 발생하면 반드시 열리도록 교육부 고시를 손봐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의 악성 민원, 허위 신고 등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을 법령으로 규정하는 교권 침해 유형에 담아야 한다. 현재 교사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학부모 민원 대응과 학생 지도 관리의 책임을 학교와 국가기관이 분담하는 방안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의 민원 창구를 개별 교사가 아닌 학교 등으로 일원화하고, 문제 학생에 대한 심리 치료 및 관리를 맡는 외부 기관을 두는 것도 이번 기회에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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