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CJ]"올리브영 옮겨붙은 햇반대전"…각사 이해득실은

김유리 2023. 7.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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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사업 본격화 쿠팡, 전통 강자 견제
갈등 관계 있던 CJ제일제당 포함, CJ 겨냥
올리브영, '갑질' 신고 공정위 판단 받아야
H&B 시장 지배적 사업자 판단엔 오히려 유리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배경 역시 간단치 않다. CJ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을 향한 납품·거래를 막았다는 주장 이면엔,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쿠팡이 이 시장 내 전통의 강자인 CJ올리브영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CJ제일제당과의 '햇반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범 CJ를 겨냥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CJ올리브영 역시 이번 '갑질' 신고로 관련 내용에 대한 공정위 판단을 받게 됐다는 점은 악재지만, 이미 진행 중이던 'CJ올리브영이 헬스앤뷰티(H&B) 분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공정위 조사에선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쿠팡, 뷰티 강자 견제+범 CJ 겨냥

쿠팡은 이달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공식 론칭하면서 뷰티 직매입 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브랜드 본사에서 직매입한 명품 뷰티 상품을 와우멤버십 무료배송 및 무료반품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쿠팡은 2021년 말 뷰티데이터랩을 만들어 고객 요구가 반영된 뷰티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하고 고객 목소리를 접목한 고객 참여형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뷰티 시장에 공을 들였다. 강소기업과 협업한 뷰티 제품 개발, 더마코스메틱관 등 전문관 론칭 등도 이어왔다. 쿠팡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 시장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는 고객 수 확대보다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분기 기준 쿠팡에서 한 번 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활성고객) 수는 1900만명을 넘어섰다.

쿠팡은 '싼 제품'뿐 아니라 '질 좋은' 제품도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대표 카테고리는 뷰티라고 판단했다. 뷰티 상품이 신선식품, 가전 등 대형 상품 대비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다음 스텝'의 핵심 카테고리로 뷰티를 점찍은 이유다.

쿠팡의 주장은 "CJ올리브영이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을 향한 납품·거래를 막는 '갑질'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은 매출이 매년 2조원 이상 되는 등 상당하다는 점, 취급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수급받고 있다는 점 등에서 거래상대방인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봤다. 업계는 쿠팡이 공정위 신고라는 카드를 통해 전통의 강자를 견제하는 한편, 후발주자로서 거래 관계를 보다 다양하게 확보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봤다.

납품가 갈등을 이어오다 최근 전면전을 시작한 CJ제일제당과의 싸움을 CJ그룹 차원으로 확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올리브영, '갑질'+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공정위 판단에

CJ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 어떤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된 만큼 이에 대한 공정위 조사 및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CJ올리브영에 대한 기존 공정위 조사에도 변수가 생겼다고 봤다. CJ올리브영은 과거 오프라인 헬스앤뷰티 경쟁업체인 랄라블라, 롭스 등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에 독점거래 등을 강요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 적용 등을 검토해 전원회의를 앞둔 상태다.

쟁점은 CJ올리브영을 헬스앤뷰티 분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 판단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결정된다. 같은 갑질 행위가 있었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더 무거운 제재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전제가 되는 것은 '시장 획정'(시장을 명확히 나눠 정함)이다. CJ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뿐 아니라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쿠팡·네이버 등 e커머스 업체와도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시장 지배력이 미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선 쿠팡의 이번 신고가 역으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과 경쟁 관계라는 CJ올리브영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됐다. CJ올리브영은 랄라블라, 롭스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오프라인 헬스앤뷰티 시장 점유율이 71.3%까지 올라왔다. 다만 온·오프 뷰티 경쟁사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2022년 통계청 자료 기준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22조5000억원)에서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약 12%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객단가를 늘려야 하는 분기점에 있는 쿠팡 입장에서 가장 단시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카테고리는 뷰티"라며 "오프라인 뷰티 강자인 유통사와 온라인에서 기존 영향력을 바탕으로 뷰티 시장에서 세를 키우고자 하는 유통사 간 갈등 국면으로, 유통사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드러난 갈등의 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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