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가 학생더러 '취업 위조문서' 종용…中취업률 통계의 그늘
회사-대학-졸업생…회사는 단돈 1만2천원
'취업률 60% 못 넘으면 폐과' 정부 지침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을 앓고 있는 중국에서 일부 대학이 취업률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가짜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북경청년보에 따르면 중국 대학에서 행정 직원과 지도교수까지 동원돼 졸업생의 취업률 통계를 목표치로 맞추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한 대학 졸업 예정자인 리즈는 최근 대학교 학생 관리 직원과 함께 취업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문서 한 통을 작성했다.
해당 문서는 회사와 졸업생, 대학 간 3자 합의서로, 분명 취업한 적이 없는데도 취업이 이미 됐다는 내용이 담긴 '허위 취업 증명서'였다. 리즈는 이 위조문서를 토대로 졸업 후 취업자 명단에 추가됐고, 대학의 졸업생 취업률 통계에도 포함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대학을 졸업했으나, 아직 취업하지 못한 샤오쯔도 '허위 취업'을 압박당했다며 "(학생 관리) 직원이 처음에 제게 꺼내 든 것은 '감정 호소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샤오쯔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3자(회사-졸업생-대학) 합의'를 하면 학교 취업률에 공헌할 수 있다"며 "취업률 수치가 좋으면 다음 학생을 받을 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런 안내에도 불구하고 샤오쯔는 학교 시스템상 '취업 상태'를 표시하는 항목에 '취업 준비 중'이 아닌 '유연 취업'(정규직이 아닌 일자리)을 선택했다.
그런데 얼마 뒤 논문 지도교수가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샤오쯔 등 학생 3명을 태그하며 "앞서 '유연 취업'이라고 표시한 학생은 취업 정보를 다시 써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다시 학교 시스템에 접속한 샤오쯔는 "취업 칸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업 상태'를 고를 수 있는 항목은 사라지고, 어떤 형태의 회사에 취직했는지 내용만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회사의 날인 또한 필요했다.
지도교수는 또 샤오쯔에게 "'유연 취업' 상태면 임금 입금 상황을 제출해야 하고 매달 성(省)과 정부 기관에서 학교에 실사를 나오지만, 합의서가 있으면 이런 걸 안 해도 된다"며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면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지도교수마저 앞서 행정 직원이 안내했던 '3자 합의서' 작성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사흘 내내 샤오쯔에게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전화를 걸었고, "너는 교우로서 학교 업무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샤오쯔는 매체에 "취업률이 목표에 맞지 않자 학교가 취업 합의서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 취업이 안 되면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학원에 가려고 했는데, 회사 날인까지 있는 허위 합의서로 인해 불이익을 볼까 봐 며칠을 걱정하며 보냈다고 한다.
'전공 사라질까' 우려…'가짜 합의서' 서비스 업체도
이런 현상은 '취업률 60%'를 넘어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중국 교육부는 졸업생 취업률이 2년 연속 60%에 못 미친 대학 학과는 신입생 모집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미취업자가 많은 경우 서서히 폐과의 갈림길에 서는 셈이다.
매체는 "대학이 집계하는 '졸업 후 진로 이행률'은 졸업생 취업률과 창업률, 유연 취업률, 진학률로 구성되고 취업률은 매년 전공별 평가 자료로 쓰인다"며 "대부분의 대학은 구체적인 목표 취업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졸업 시즌마다 취업을 못 한 학생은 상담 직원과 지도교수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고, 경제난 속에 1158만명의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 전공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3자 합의'에 포함되는 회사는 어떻게 찾을까.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는 서류상 취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100위안(약 1만 7900원) 정도를 내면 가짜 합의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업체에 따르면 한 무역회사는 68위안(약 1만 2100원), 한 과학기술회사는 88위안(약 1만 5700원)이라는 '가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매체는 "68위안짜리 업체를 고른 뒤 3일 만에 해당 회사의 직인이 찍힌 합의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부터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을 겪고 있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5월(20.8%)에 이어 201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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