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5조 파두…IPO 시장 ‘대어’ 흥행 물꼬 틀까
상장 당일 변동폭 확대 시행 한달 만에 분위기 급랭
신규주, 잇따라 공모가 대비 하락한 채 첫날 거래 마감
올해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다수 예고된 가운데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파두가 상장한다. 파두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두산로보틱스·나이스평가정보 등 조 단위 기업의 등판 일정이 앞당겨지거나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공모가를 3만1000원으로 확정하고 1938억원을 조달한다. 공모가 기준 파두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이다. 지난해 9월 WCP가 상장한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한다.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 362.9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인 3만1000원 이상 가격에도 공모주 인수를 희망한 기관 비율은 84.4%에 달했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해외 대형 고객사에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를 공급한 파두의 기술력이 기관 투자가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 확대로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수요예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시큐센은 상장 당일 205% 올랐다. 오픈놀(57.5%), 알멕(99.0%), 이노시뮬레이션(133.3%), 필에너지(237.1%), 센서뷰(51.8%) 등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PO 시장에 관심이 커진 가운데 파두가 수요예측에서 높은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대어급이 시장에 잇따라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지난 26일 버넥트 상장을 기점으로 IPO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버넥트가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할 당시만 해도 IPO 시장의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 동안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경쟁률 1824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1만1500~1만3600원를 넘어서는 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증거금으로 5조원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어갔다. 높은 관심 속에서 상장했지만 공모가보다 26.9% 내린 1만1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버넥트를 이어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에이엘티가 지난 27일 상장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공모가 대비 37.6% 내렸고 에이엘티는 9.8% 하락했다.
공모가 대비 하락한 채로 잇따라 거래를 마감하면서 파두 청약 경쟁률에도 영향을 줬다. 공모주 투자 불패 신화가 깨진 직후인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은 80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1조9300억원가량으로 올해 최대 규모의 증거금을 모았던 이차전지 장비업체 필에너지 16조원 대비 저조했다. 하루 먼저 청약을 진행한 엠아이큐브가 증거금 3조원을 끌어모으며 경쟁률 1695대 1을 기록한 것과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2009년, 2014년, 2020년처럼 신규 상장 기업이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 IPO 시장에 자금이 몰린다"며 "이듬해 늘어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고 공모가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아진 공모가로 주가 수익률이 낮아지는 순환 구조가 반복되는 특징이 나타난다"며 "공모주 수익률이 낮아지고 다시 공모가가 싸지고 수익을 내는 순환의 굴레가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일 변동폭이 커지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튿날부터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이 만들어졌다"며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하락한 채로 마감하는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공모주에 투자하는 데 신중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달 동안 끓어올랐던 IPO 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졌다. 상장을 준비 중인 두산로보틱스·SGI서울보증보험·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조 단위급 대어 공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9일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접수를 마쳤다. IB업계는 9월께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파두에 이어 두산로보틱스 등의 상장 결과에 따라 올해 하반기 대어급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이후 파두가 공모가를 큰 폭 밑돈다면 대어급 공모주 상장 일정이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사이에서 관심이 큰 대어급 종목인 두산로보틱스·서울보증보험·에코프로머티리얼즈·노브랜드·나이스평가정보 등이 IPO 심사 청구를 했다"며 "오아시스·케이뱅크·LG CNS·SK에코플랜트·컬리·현대오일뱅크·SSG닷컴·카카오모빌리티·CJ올리브영·11번가·무신사·야놀자 등 다수의 기업 상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목을 끄는 대형 공모주의 상장 절차가 시작되면 공모주 투자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모주 시장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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