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공급지표 악화…2~3년 뒤 공급 가뭄, 집값 상승 우려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지만 주택시장의 공급지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착공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고, 인허가 건수도 27% 넘게 줄어들었다. 이에 건설·주택업계는 2~3년 뒤 공급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착공은 9만2490가구로 전년 동기(18만8449가구) 대비 무려 50.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는 6만9361가구, 아파트 외 주택은 2만312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4%, 52.5% 줄었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은 18만9213가구로 전년 동기(25만9759가구) 대비 27.2%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7만229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지방은 11만691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5%가 각각 줄어들었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인허가 기준 3~5년 뒤, 착공 2~3년 뒤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와 착공 실적 급감은 향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2025년 입주 물량이 19만353가구로 2024년 대비 46% 줄어들고 이후 2026년 4만3594가구, 2027년 4770가구로 공급 가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멸실 주택 수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멸실 주택은 기존에 있던 집이 철거 등의 이유로 사라진 주택을 의미한다. 멸실 주택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주택 수가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멸실 주택은 2021년 14만6396가구로 2020년 멸실주택 수 증가율(4.2%)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주택은 수도권 기준 2010년 31만7000가구에서 2020년 124만8000가구로 급증했고, 2021년에는 1481만8000가구로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급과 수요 불균형, 향후 집값 급등 우려이런 가운데 민간 건설사의 주택수주액은 감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수주액은 지난 1월 20조5652억원을 기록한 뒤 2월 13조4494억원, 3월 13조5427억원, 4월 10조9126억원 등으로 4개월 연속 급감했다. 총 누적 건설수주액은 58조46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
주택 공급 부족은 향후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2012~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고, 공급이 부족해지자 1~2년 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는 총 18만7342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했다. 이는 199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였다. 이후 2013년에도 19만9490가구의 입주 물량을 보였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평균 입주 물량이 31만9923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40%가량 줄어든 것이다.
2014년에는 27만4921가구로 공급물량이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2012년(-4.77%), 2013년(-0.29%) 하락했던 집값이 2014년 들어 3.48%, 2015년 6.88%로 치솟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인허가와 착공 소식이 줄었는데, 공사 기간이 통상 2~3년 소요된다고 볼 때 향후 3년 전후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집값은 현재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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