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국가보다 못한 농어촌 현실, 다시 미래를 그리다…농어업위원회 [D:로그인]

장정욱 2023.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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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민 삶의 질 개선 ‘싱크탱크’ 역할
농수산부 장관 출신 장태평 위원장 중심
존속 기간 연장해 농어촌 정책 뒷받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이 모든 일의 뿌리란 뜻이다. 과거 국가 경제에 있어 농업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천하지대본’이었던 농업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가량에 그친다. 2005년 2.6%와 비교해도 3분의 1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농어업 상태를 위기라 진단한다. 전체 농산물 재배면적은 계속 줄고, 농어업 인구도 감소 추세다. 특히 남은 인력들 고령화가 심각하다. 2021년 기준 농어업 인구 10명 중 8명가량이 60세 이상이다. 평균 연령은 67.2세로 70세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한국 농어업이 위기로 치닫는 동안 세계는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이란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세계적인 전염병과 전쟁을 겪으면서 식량 가치를 재평가한 것이다.

식량이 안보가 되는 시대에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은 나빠지고 있다. 글로벌 정치·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조사 대상 113개국 중 39위를 차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23위), 카타르(30위)와 같은 사막 국가보다도 못한 순위다. 10년 전 21위와 비교하면 17계단이나 밀려났다.

1970년 79.5%이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지난해 32%로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도 2021년 기준 20.9%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어업분과위원회 위촉식을 하는 모습.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 미래 그려내는 농어촌특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는 이런 현실에서 농어업, 농어촌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과 실천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 발족한 기구다. 농어업 부문 유일한 대통령 소속 기구로 정부의 농어촌 정책 개발을 자문하고 지원하는 ‘싱크탱크’ 기능을 한다.

법률상 위원회 기능은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익적 기능 실현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에 관한 사항 ▲농어촌 지역발전 및 복지 증진에 관한 사항 ▲농어촌 생태·환경·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효율적 이용에 관한 사항을 맡는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기초한 자율 농정 수립에 관한 사항과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국민의 먹거리에 관한 사항, 농어업과 농어촌의 다원적 가치 실현을 위한 조사·연구도 농어업위 역할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위원장 또는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이 요청한 사항 ▲실천계획과 추진 상황 점검·평가에 관한 사항 ▲그 밖에 대통령이 자문을 요청한 사항 등을 다룬다.

조직은 위원장 1명을 포함, 30명 이내 구성한다. 위원장은 농어업과 농어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한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이 밖에 농어업단체 대표와 학계 등 전문가를 각각 12명 이내로 구성한다.

2019년 4월 25일 출범한 농어업위는 ‘농협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첫 번째 의결 안건으로 시작해 지난 2월까지 16차례 본회의를 열어 29개 의안을 채택했다.

주요 성과로는 2019년 9월 2차 본회의 1호 안건으로 농협 중앙회장 및 조합장 선거제도를 개선한 사례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대의원 간선제에서 조합장 직선제로 도입하고 연임제를 유보하는 내용이다.

2021년 2월에는 농어업위가 제안한 내용으로 농지법과 농어업경영체법, 농어촌공사법」 등 3건의 법률이 개정됐다.

농지 취득심사를 강화해 실경작자 중심 농지소유·이용체계를 구축하고 농지이용실태 조사 강화로 농지관리체계에 민간 참여를 확대했다.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한 것도 농어업위 역할이 컸다.

임업직불제 도입도 농어업위 업적 가운데 하나다. 임업직불제 추진과제를 부처에 제안하고 공론화해 도입을 촉구하는 등 시행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임업직불제 시행으로 임업인 2만8000명이 혜택을 봤다. 임업 가구당 평균 167만원을 지급해 소득을 4.5% 높이는 데 공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식량주권, 식량안보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농어업위는 2019년 9월 부처 합동으로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식량 자급기반 확대,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소비 기반 구축, 국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보장 실현 등 10개 중점과제를 추진해 성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농어업위는 식량자급률을 키우는 방안으로 농식품부 산하에 식량안보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상시 관리체계 구축도 조언했다. 자급률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중점 관리 품목과 모니터링 품목의 구분을 건의했다. 적정농지 산출 등 생산·소비 연계한 정책 수립도 농어업위가 제안한 내용이다.

이 밖에도 어촌지역 소멸에 대비한 선제 대응 전략으로 ▲귀촌 희망자 정착 지원 기반 마련 ▲청년 어촌 정착 지원 ▲어촌지역 정책영역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해수부는 이를 바탕으로 어촌지역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농어업위는 이를 이행 중이다.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나 5월 열린 블루푸드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2029년까지 활동 기한 연장…위촉 위원 다양성↑

국회는 최근 농어업위 활동 기간을 5년 연장했다. 내년까지였던 존속 기한을 2029년까지 연장한 것인데, 그만큼 농어촌과 농어업 관련 정책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란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위원 구성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제도 정비도 있었다. 현재 위촉위원이 학계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개발과 교육, 문화, 보건복지, 과학기술까지 아우르는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위원 구성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농어업위 사무국은 총괄기획팀과 농어업정책팀, 농어촌정책팀, 농수산식품팀, 대외협력팀으로 구성돼 있다.

부서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농어업정책팀은 우선 농업인 소득정보 기반 정책 고도화 방안이다.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 확대와 농업인 소득수준에 기반한 맞춤 지원 등을 추진하기 위한 소득정보 확인 필요성 대두됨에 따라 소득정보를 활용한 농업경영 대상과 구조 파악으로 농정 고도화를 추진한다.

스마트 농업, 푸드 테크(첨단 식품 기술)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농업 분야 투자 재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농업금융·투자시스템 개선도 중요하다. 농어업정책팀은 농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장금융과 연계 방안 검토를 기획 중이다.

농어촌정책팀에서는 올해 농어촌 삶의 질 지표·지수 체계를 구축해 농림어업인 등 삶의 질 기본계획과 연계하고,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변화를 적기에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농어업위 관계자는 “각 기관에서 다양한 통계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 삶의 질 등을 적기에 보여주고 기본계획 등 정책과 연계된 지표·지수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농산어촌 지역소멸 위기 대응 관련 정책 방향 및 전략 등을 제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농산어촌 소멸 대응 관련 범부처 사업이 지역에서 통합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성과 및 과제 실태 파악, 의견수렴, 정책 이슈화로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농수산식품팀은 식품산업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농어업을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는 게 장기 목표다. 이를 위해 농어업위는 ‘수출 1000억 달러 식품산업 육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식품산업 성장과 수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삼 등 품목별 수출 특화산업 육성방안, 수출 걸림돌 규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민이 탄소배출이 적고 건강에도 좋은 수산물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블루푸드 소비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농림수산미래기술포럼’과 같은 농어업분야 첨단기술이 교류되는 장을 마련해 농수산업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조직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 세계 경쟁력 작지 않아…‘과학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인터뷰]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현재 농어업위를 이끄는 장태평 위원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를 이끈 장관 출신이다. 옛 재정경제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04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농어업 관련 전문성을 키웠다.

장 위원장은 현재 농어업 현실을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농어업 관련) 주변에 여러 기술이나 이런 게 엄청나게 발전해 있다. 그런 발전된 기술을 접목만 시키면 바로 생산성 효과를 높이고, 경영 개선을 이룰 수 있는데 (현실에선) 그게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혁신을 바탕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은 ‘글로벌’이다. 정확히는 수출 시장 확대다.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는 내수만으론 결코 우리 농어업이 규모를 키워가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시장은 원래 넓지도 않을뿐더러 어떻게 보면 우리 농업 능력과 비교했을 때 너무 작다. 우리가 곡물 자급률이 20% 정도이지만, 정작 옥수수와 밀, 콩 이런 것 빼고 나면 다 과잉 생산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 수출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사고와 기준을 가져야 한다.”

장 위원장은 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금 과잉 생산되는 쌀을 관리하는 비용만 1년에 1조원에 가깝다”며 “이 비용을 작물 전환 등에 투자하고, 특히 쌀 가공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과 작목 전환에 가장 필요한 대목은 과학이다. 장 위원장은 “농업은 95% 과학이고 5%가 노동”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의 과학화를 강조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인공지능(AI) 등으로 기술 학습 속도는 빨라지고, 이는 품종 개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년, 20년 걸리던 품종 개발이 1년이면 가능한 게 장 위원장이 본 현재 기술력이다. AI가 프로그래밍으로 수십, 수백 번 이상 실험하면서 실패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장 위원장은 “우리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정보통신(IT) 기술이라든가 데이터 기술 이런 것들이 상당히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농업이 세계적인 일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저출산과 탈농촌 문제로 심각해진 인력 문제다. 장 위원장은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외국인 노동력이다.

그는 “인력이 없어서 수확을 못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데, 비자 완화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원활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국내에 있는 인력도 농업 부문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장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장 위원장은 농어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삶의 질 지수 체계 마련’을 추진 중이다. 농어민 행복 수준을 판단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수치로 된 구체적인 지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어촌 삶의 질 지수는 경제와 보건·복지, 문화·공동체, 환경·안전, 지역회복을 기반으로 19개 세부지표로 구성된다. 세부지표는 다시 핵심지표와 일반지표로 구분해 주민 삶의 질 변화를 평가한다.

핵심지표는 지수화를 위한 자료로 활용, 고정지표로 일정기간 유지한다. 일반지표는 삶의 질 기본계획 수립과 농어촌 사회 변화와 통계청 등 외부기관 통계 품질 향상에 따라 신규지표로 대체될 수 있는 변동지표다.

장태평 위원장은 “농어촌 삶의 질 지수 구축으로 지역별 삶의 질 수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도입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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