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리면 벌금이야"…염갈량 이례적인 질책, 그 정도로 LG는 '우승이 간절'하다

유준상 기자 2023.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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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약 6개월간 진행되는 정규시즌에서 살아남는 팀들의 공통점은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느 팀이든 부상이나 부진을 맞이하지만, 결국 이걸 이겨내는 팀이 마지막에 웃기 마련이다. 정규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 트윈스의 고민도 비슷한 맥락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지난달 말에는 "지금까지는 괜찮은데,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8월부터 부상이 나오게 되면 각 팀한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8월 이후의 부상은 결국 성적으로 이어지고,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승부처'가 코앞에 다가오자 사령탑은 좀 더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아담 플럿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플럿코는 로테이션상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0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감기 몸살로 등판이 불발됐다. 그러면서 29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 된 최원태가 새로운 팀에 녹아들기도 전에 선발 중책을 맡게 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날 최원태는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10-0 대승을 견인했고, 본인도 시즌 7승을 수확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는 물론이고 2018년(13승)을 뛰어넘고 개인 한 시즌 최다승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원태의 합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염경엽 감독은 플럿코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염 감독은 30일 두산전에 앞서 "이제 감기 몸살에 걸리면 벌금을 세게 부과할 것이다. (몸 관리를 철저히 못한 건) 팀의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며 "최원태가 안 왔다면 그것 하나로 본인 한 명으로 인해 팀이 위기를 만들 수 있고, 그로 인해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가거나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염 감독은 "조그만 거 하나에 한 시즌을 망칠 수 있는 게 야구다. 나는 그걸 무수히 봤고, 지금 이 흐름에서 최원태가 안 왔다면 누가 올라가야 하나. 2군에서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거기서 어영부영 해서 지고 또 연패에 빠지고 하다 보면 몸 관리를 못한 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전날 플럿코의 로테이션 조정을 얘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정규시즌 후반 또는 단기전에서 쓴맛을 봤던 염경엽 감독이기에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또한 플럿코는 지난해 정규시즌에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가을야구를 망친 기억이 있다. 시즌 막바지에 등 담 증세로 한 달 가까이 실전 경기에 나서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했고,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 정도만 소화했다. 

결국 그 공백이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플럿코는 1⅔이닝 8피안타 1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크게 부진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차전 승리 이후 2차전 패배로 분위기가 한풀 꺾인 LG는 3차전과 4차전을 내리 패배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시리즈 전체로 놓고 봐도 플럿코의 부진이 두 팀의 희비를 가른 셈이다.

그럼에도 시즌이 끝난 뒤 LG는 선수의 공헌도를 인정해 플럿코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믿음을 보였다.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게 사령탑의 생각이다.


'경고 메시지'가 플럿코에게만 전달된 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것만이 프로 선수의 책임감이 아니다. 본인은 그냥 가볍게 감기 몸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팀한테는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며 "트레이닝 파트, 코치들, 선수들에게도 다시 한 번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을 잘 끝내고도 포스트시즌에서 무릎을 꿇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200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LG로선 그 어느 팀보다도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챙기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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