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 침략했다" 이 대답 뒤 숙청당한 중국 AI
통제의 나라, 중국 AI 명암
■ World View
「 올 2월 중국판 챗GPT 챗위안(ChatYuan)이 출시됐습니다. 중국에선 “우크라전은 러시아의 침략”이라고 ‘정답’을 내놓자 폐쇄당한 챗봇이 있을 정도죠. 통제와 검열의 나라에서 AI는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는 14억 인구의 개인정보는 무서운 효율의 AI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3연임)에 대한 평가는?”
“질문에 규칙을 위반하는 용어가 포함됐다. 다시 입력해 달라.”
지난 2월 중국 첫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위안(ChatYuan)’이 출시됐다. 시 주석에 대한 질문은 금기어였다. 통제와 검열의 중국에서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시 주석 외에도 피해야 할 이슈가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때문이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챗봇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침략전쟁”이라고 답했다. “중국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결국 6일 만에 폐쇄됐다.
중국산 AI는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쪽’ 기술이라며 지구촌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개발 광풍에 힘입어 발전하고 있다. 중국 AI 개발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14억 거대 인구가 축적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익 창출과 직결되는 맞춤형 AI를 기업에 제공해 통제는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는 접근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식 화상 기조연설에서 “나는 중국이 매우 강력한 AI 역량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은 저평가돼 있다”고 중국 AI 기술을 호평했다. 지난 13일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AI 개발은 산업과 기업, 과학,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체제 유지와 사상 통제, 여론 관리와 직결되는 분야에선 통제한다’는 내용의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조치’를 발표했다.
딥러닝 AI의 산업화 추세는 의료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1일 텐센트는 대장 용종을 식별하는 AI 지원 진단 소프트웨어에 대해 중국 약품감독관리국 승인을 받았다. 우한의 엔두엔젤 메디컬 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AI 기반 위내시경 진단 시스템을 승인받은 중국 첫 의료기업이 됐다.
‘판별 AI’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오차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상하이 창정병원은 폐 결절(3㎝ 미만 종양) AI 판독 프로그램을 시범운용 중인데, 발견율이 75% 수준이라고 한다. 관상동맥 영상 보조 진단에서 AI 이미지 분석 기법을 통해 과거 45분 걸리던 판독 시간이 5분으로 줄었다. 의료 분야에서 중국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데이터 접근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수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중국은 의료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이 불분명하다”며 “민감한 의료자료임에도 ‘병원에 없는 데이터’라는 명목의 가용 가능한 데이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AI 모델 ‘판구’는 8개 광산에서 채광, 채굴, 운송 및 세척 등 1000개 이상의 세분된 공정을 관리한다. 광산을 파들어갈 때 AI 터널링 시스템이 굴착 깊이와 위험 요인을 계산한다. AI로 수백 개 카메라를 연결해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든 뒤 채굴기계 원격 이동, 정밀작업을 위한 작업자 투입을 지원한다. 중국 1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은 지난 13일 수천억 개 매개변수를 지닌 대형 AI 모델 옌시(言犀)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지난 3월 대형 언어모델 ‘원신이옌(文心一言)’을 출시했다. 중국에선 챗GPT를 가장 바짝 추격 중이다. 바이두도 대화에 금칙어를 뒀다. “1989년 6월 4일에 무슨 일이 있었나”고 물으면 “다시 말하라”고 답한다. 천안문 사태는 금칙어다.
중국산 대화형 AI 개발은 사실상 새로운 시장 개척도 있다. ‘사회주의, 권위주의 맞춤형 AI’ 시장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사용 가능한 AI 개발을 중국이 선도하며 독주하고 있다. 중국 AI 개발 변수는 미국의 하드웨어 통제다. AI 컴퓨팅에 필수인 엔비디아 최신형 칩에 대해 미 상무부는 중국군이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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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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