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혼란 빠뜨린 前주차요원…측근들도 모른 '트럼프 도우미'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부 기밀반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그를 도운 측근 카를로스 데 올리베이라(56)가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년간 트럼프와 일하면서도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는,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혼란에 빠뜨린 주요 인물로 지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올리베이라는 트럼프를 위해 거짓 증언을 했다가 함께 피고인이 됐다"며 "향후 재판에서 증거인멸 사건의 전말을 밝힐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보스가 영상 삭제 원한다"
WP에 따르면, 올리베이라는 기밀 문건이 보관된 마러라고 리조트의 CCTV 영상을 삭제하려 한 혐의로 지난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마러라고는 트럼프가 현재 거주하는 별장으로, 올리베이라는 지난해 1월부터 이곳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일했다.
올리베이라의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연방 대배심원단이 문서가 보관된 마러라고의 1층 CCTV 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트럼프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24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며칠 뒤 올리베이라는 CCTV 영상 담당 직원에게 녹화 영상이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 등을 확인했고, "보스(the boss)가 영상이 삭제되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보스'가 트럼프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이 거절하면서 증거인멸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는 이후 FBI에 거짓 진술을 해 수사에 혼선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FBI가 다시 찾아와 문서가 보관된 방의 문을 열어 달라고 하자, 그는 "비밀경호국 요원 또는 백악관 직원에게 열쇠를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 문건이 든 상자를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도 답했다. WP는 "FBI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가장 먼저 그를 찾았다"며 "올해 1월 조사를 한 뒤에야 그의 말을 의심했다"고 보도했다.
주차 요원으로 연 맺은 20년 측근
조사 결과, 올리베이라는 기밀 문건이 든 상자 30여 개를 옮기는 일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리조트 수영장의 물을 고의로 빼내 CCTV 영상이 보관된 서버실로 흐르게 한 혐의도 받는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올리베이라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후원단체)인 '세이브 아메리카'가 선임한 존 어빙 변호사가 그를 변호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올리베이라는 20여 년 전 주차 요원으로 고용되며 트럼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포르투갈에서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트럼프 소유 건물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오래 일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핵심 측근들도 그를 만나거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올리베이라와 친한 이웃들은 "법을 어기는지도 모른 채 트럼프에게 충성했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트럼프, 최대 4개 재판받을 수도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을 입막음 하려 한 혐의와 기밀 문건을 반출한 혐의로 지난 3월과 6월 각각 기소됐다. 이외에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바꾸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어, 재판이 추가될 확률이 높다. 여전히 공화당 대선 후보 중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지 여부가 관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측은 대선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재판의 흐름은 내년 미 대선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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