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결사반대 민주…'내로남불 근거' 된 6년전 文 한마디
지난 28일 지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주말과 휴일 내내 “지명 철회”를 주장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 시절 공작 정치로 공영방송을 파괴한 전력의 소유자를 방통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건 방송의 공공성을 짓밟고 국민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지명 철회가 가장 빠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앞으로 계속 고집 피우고 밀어붙인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펴고 있다. 지명 당일엔 “방송 장악 기도와 언론 탄압 시도를 반드시 분쇄할 것”(박광온 원내대표)이라고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그간 이루어진 청문회의 클라이막스이자 정점이 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29일엔 “공직자로서 기본적 자질조차 갖추지 못했다”(권칠승 수석대변인), “반헌법적 부적격 인사”(강선우 대변인)등 비판 논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권에선 민주당이 ‘방송의 공공성’, ‘정치적 중립’을 내세울 때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6년 전 내놓은 방송통신위와 공영방송 관련 발언을 소환한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방통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 시절이던 2016년 7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려 했던 방송3법(방송법·방문진법·교육방송법)에 대한 평가였다. KBS·MBC·EBS의 이사 수를 각 13명으로 늘리면서 방통위 추천권을 없애고, 공영방송 사장 선출 때 권력자를 견제하기 위한 ‘특별 다수제’를 도입하려 했던 당시 방송3법 개정안은 문 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올 스톱됐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3석을 확보하고도 지난 정권 내내 이 법안을 모른 척했다.
그러다 지난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여권 일각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흘러나오자 다시 방송3법 개정안을 꺼내들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현재 11명(KBS) 혹은 9명(MBC) 수준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국회외에 시청자위원회,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직능단체등이 추천하는 21명으로 늘리고 사장은 독립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의 추천과 특별다수제 투표로 뽑게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과방위 단독 통과,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단독 부의 등 방송3법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이를 본회의에 직권 상정케 한다는 계획이다. 학계에선 “이사를 추천하는 직능단체, 시청자 기구 등의 정치적 성향을 감안하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야권에 치우쳐 있는 공영방송 지형이 영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엔 “기계적 중립이 뭐가 중요하냐”며 추진을 포기했던 법안을 정권을 뺏긴 뒤 밀어붙이는 태도에 대해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왔다.
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국민의힘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두고 ‘방송 장악의 첨병’이라 운운할 자격이 있나. 민주당이야말로 방송 장악의 야욕을 중단하라”며 “민주당이 본회의에 날치기 직회부한 ‘방송3법’이야말로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영원히 자신들의 하수인을 앉히기 위한 방송 장악의 검은 술수”라고 지적했다. 김민수 대변인도 30일 “민주당이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아무리 정쟁에 혈안이 됐다고 해도 자신들의 기본 책무까지 저버리며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만든 ‘새로운 정당 준비위원회’도 지난 27일 발표한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을 포기하라”고 주장하면서도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원죄가 있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25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왜 민주당 5년 동안 과반수가 훌쩍 넘게 있었는데도 방송법(개정)을 안 했는지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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