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평화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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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1년 치 회원권을 다시 끊었다.
코로나19로 2년 정도 운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70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 남북이 서로를 몇 번이고 완벽히 파괴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이다.
70년 정전체제를 유지해오면서 한반도는 이미 많은 상처와 치유 그리고 회복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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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1년 치 회원권을 다시 끊었다. 코로나19로 2년 정도 운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 전 방영된 몸짱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시즌2에 지원하겠다며 말도 안 되는 객기를 부린 덕분이기도 하다. 언젠가 보디 프로필을 찍어보리라는 꿈은 요원하다.
많은 사람이 꾸준한 운동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월요일이나 월초, 매년 연초에 헬스장이 붐비다가도 어느 순간 한산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의 절반이 6개월 이내에 포기한다고 한다. 이유는 자신이 바라는 만큼 몸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만큼 근육은 그리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손상과 회복의 반복이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손상하고 휴식하는 동안은 단백질 등 좋은 영양분을 공급해 근육은 더 크고 단단해진다. 실제 근육이 커지는 시기는 운동할 때가 아니라 쉬는 동안이다. 운동만 열심히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근육이 만들어지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후 즉각적인 효과를 원하지만, 몸의 체형이 바뀌는 것을 느끼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초보자의 경우에는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근육에 자극이 간다. 그렇다고 외형상 근육이 바로 커지지는 않는다. 소위 초보자 효과다. 시간이 지나면 단순한 운동만으로는 근육이 손상을 입지 않는다. 근육에 더 큰 과부하를 줘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이 좋은 것을 먹고 쉴 때는 쉬어야 더 큰 근육이 만들어진다.
근육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일상에서 손상과 회복의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다. 몸에 밴 습관이 있다면 이를 버리기 위해 더 많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오랜 습관의 변화를 쉽게 내버려 두지 않고 강하게 저항한다. 우리 몸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동기 부여와 목적의식에서 시작돼야 변화할 수 있다. 여름 휴가철에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내 삶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운동은 지겨운 숙제거리가 아니라 즐거운 일상이 돼야 한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났다. 정전협정은 휴전선을 중심으로 상호 전투 행위를 멈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와 3개월 안에 평화체제 설립 논의를 위한 정치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정전협정이 평화를 지켜왔다고 한다. 정전협정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해 왔지만, 과연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큰 전쟁이 없었다는 것만으로 평화의 시기였는지 반문하고 싶다.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 남북이 서로를 몇 번이고 완벽히 파괴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이다.
70년 정전체제를 유지해오면서 한반도는 이미 많은 상처와 치유 그리고 회복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더 이상 한반도는 평화의 초보가 아니다. 이젠 한 정부가 5년간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쉽게 커질 평화가 아니다. 어쩌면 이미 이 땅은 회복이 힘들 만큼 너무 많이 손상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회복을 통해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평화를 일상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수많은 저항마저 존재한다. 평화를 키우기 위한 기본 영양분을 제공해야 할 통일부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한반도라는 몸엔 손상만 있고 회복이 없다.
내년에는 보디 프로필을 촬영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과연 한반도는 평화협정이라는 보디 프로필을 언제나 찍을 수 있을까?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군사안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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