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감사원의 품격
감사에 일부 결과도 의문시
독립성 공정성 추락 우려돼
지난달 12일 감사원이 보도자료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건은 개인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내용 일부를 납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에서 제기한 사례 중 하나를 보면 에너지 정책 중앙부처 과장 2명이 등장한다. A과장이 특정 태양광 업체 편의를 봐주기 위해 동기 B과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A과장이 퇴직 후 해당 업체 사장으로 갔다는 감사 내용이 담겨 있다. 당일 언론 보도를 보면 여기에 더해 다른 내용도 보도됐다. B과장도 이 청탁의 대가처럼 그 특정 업체의 협력업체에 전무로 재취업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출입기자들이 다 쓴 걸로 봐서 이 역시 감사원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 내용이 상식적이지 않다 보니 자꾸 물음표가 붙는다.
이유는 B과장이 재취업했다는 회사 때문이다. 해당 회사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지 않는 대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협력업체인 중소 태양광 업체 한 곳의 부탁으로 간부급인 전무를 채용했다는 부분이 납득하기 힘들다. 자사에서 물품을 사가는 작은 회사가 ‘이 사람 간부로 채용해주세요’라고 해서 채용할 정도로 대기업 채용 절차가 주먹구구인가. 감사원은 연결고리가 불명확한 이 상황을 대중에 사실처럼 전파되게 만들었다. 해당 건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로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감사 결과라고 발표했다면 이는 중죄인 무고에 해당할 수 있다. B과장은 이미 법적 대응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똑바로 감사를 했다고 믿고 싶지만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감사원이 이 감사 건을 비롯해 지난 정부를 겨냥한 정치색 짙은 감사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어서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전후로 에너지 정책 중앙부처 외에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을 대상으로도 감사에 돌입했다. 국토부에 대해선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통계청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일었던 ‘가계동향조사’와 비정규직 통계를 다루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겨냥했다. 이 감사들은 1년 가까이 진행 중이지만 그동안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물은 없다. 유관부처까지 탈탈 털어내는 먼지털이식 감사를 진행했는데도 말이다. 국토부나 통계청 관계자들은 30일 “윗선까지 다 조사했지만 나온 게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진도가 나가는 신재생에너지 감사에서 실적을 올리고 싶었을 수 있다. 급한 마음에 불명확한 사실까지 발표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면 감사원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감사원은 정부의 홍위병 노릇을 하는 것처럼 비친다. 감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부적절한 문자를 보내 구설에 올랐다. 지난 정부 인사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건을 두고는 내부에서조차 절차적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그렇게 지적했던 방만 재정 운용에 대해선 기획재정부 대상 감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회계검사는 감사원의 핵심 업무인데도 방기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이번 정부에 기재부 출신이 중용된 탓 아니냐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각종 구설은 정치·선별적 표적 감사라는 세간의 평에 점점 더 힘을 싣게 만든다.
감사원에 설치된 조형물 중 하나에는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1963년 12월 직무 면에서 독립기관이라는 법적 위상을 얻고 60년간 이를 지켜 온 감사원의 존재 이유처럼도 읽힌다. 지금 이 문구에 떳떳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 구성원들은 스스로 되짚어 봤으면 한다. 스스로는 비위를 저질러도 봐주면서 정치적이기까지 한다면 더 이상 감사원의 존재 가치는 없다.
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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