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직도 사과 없는 두 공권력의 충돌
근대화 이후 평등한 권리를 확보한 시민은 국가에 대의적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국가권력의 의미와 집행은 기본적으로 인간 본성의 이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 성선설에 따른 인간관은 시장적 자율을 강조하고, 성악설의 인간관에서는 강력한 공권력 집행을 추구했다. 시민들은 국가 공권력이 인간의 본성을 고려해 적절하고 정당하게 적용되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 위임한 국가 공권력이 대낮에 거리에서 충돌하는 전례가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6월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충돌의 무대였다. 도로 사용과 관련한 적법성 여부를 놓고 대구경찰청과 대구시청 공무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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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경찰 충돌의 여진 계속
권한 맡긴 주권자에 대한 배신
유사 사례 막을 대책 강구해야
」
“도로 점용은 지자체 허가 사항”이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당시 주장은 일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유력한 여권 광역지자체장이 시위 성격에 대해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라거나 “1%도 안 되는 성 소수자 권익만 중요한가”라며 단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광역지자체와 지방경찰청은 적절한 소통과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대구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했고, 경찰은 당시 퀴어문화축제 행사가 집회의 자유 범주에 있는 집회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법을 해석하는 시각 차이가 현격해 두 기관은 사전에 충돌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했지만, 정작 두 기관의 수장은 충돌을 사실상 그대로 방치했다.
대구 시민들은 공무원과 경찰이 대낮에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당시 충돌 장면은 전국으로 방송됐다. 홍 시장 측의 행정대집행 주장에 대해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법원 판결에 따른 적법한 집회라고 맞섰다. 그는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다”고 해명했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최근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도로라면 (도로 점용에 대한) 허가 없이 집회 신고만으로 (도로 점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시 충돌 사태에 대해 두 기관장과 실무자들은 아직 대구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주권자인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국가 공권력의 충돌은 이유가 무엇이든 주권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국민이 대의적 공권력을 허락한 이유는 공공성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라는 명령이다. 기관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놓고 대낮에 다투라고 허락한 것은 결코 아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냉정하게 시시비비를 따져봐야 한다. 당시 사건 발생의 원인을 분석하고, 유사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관련 기관장들이 부적절한 판단과 행동에 대한 법적 제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행정대집행 제도는 대구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을 놓고 유가족과 갈등이 벌어지자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 철거반을 투입하는 경우 어떻게 봐야 할까. 대구시와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을 다르게 봐야 할까.
우리의 일상에서도 많은 오해와 다툼이 발생한다. 합리적인 개인은 소통을 통해 다툼 전에 문제와 오해를 풀어 분쟁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사회가 유지된다. 우리가 선출한 단체장과 고위직 공무원도 합리적인 소통을 한다면 문제와 다툼을 사전에 최대한 막을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소통과 합의의 역량은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잘 집행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대낮에 대구에서 벌어진 두 공권력의 충돌은 한국사회의 거버넌스와 신뢰 역량의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은 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겠다는 듯한 기관장들의 행태에 국민은 실망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정부 기관끼리 ‘치킨 게임’을 하듯 충돌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장면을 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유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법적 제도적 대책을 국민 앞에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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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국정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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