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부활의 숲, 우드랜드 묘원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교외의 우드랜드 묘원은 죽은 자는 안식하고 남겨진 자는 치유한다는 ‘공원묘지’의 개념을 최초로 실현한 공동묘지다. 1940년 개장한 이 묘원은 화장장과 몇 개의 예배당, 그리고 10만여 기의 묘지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인공시설들은 축구장 160여 개 크기인 108㏊의 거대한 숲과 초원에 숨겨진 채 산재해 있다. 이 숲은 추모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관광객도 한적하게 산책하고 평화롭게 쉴 수 있는 진정한 공원이 되었다. 전 세계 공원묘지의 모델로 유명하고, 근대의 묘지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묘원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드와 시구르드 레베렌츠의 합작이다. 아스플룬드는 스톡홀름 공공미술관이라는 명작을, 레베렌츠는 뵈르크하겐의 성마가교회 등 영성깊은 작품들을 남겼다. 이들 작품은 모두 세계적인 건축 명소로 남았다. 아스플룬드가 묘원 설계를 시작할 무렵 아들이 죽었고 완공 직전 그 자신도 죽어 이곳에 납골했다. 20세기 초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도 여기에 묻혔다.
3.6㎞ 길이의 육중한 돌벽이 묘역을 감싸고, 입구부터 지극히 건축적인 길이 화장장과 3개의 예배당이 있는 본관으로 유도한다. 화장장은 정원까지 딸려 마치 아늑한 가정집 같고, 본관은 고전주의와 모더니즘이 융합되어 20세기판 신전과 같다. 초원에 선 십자가 뒤로 몇 그루 소나무 숲의 능선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이 ‘명상의 언덕’에 오르면 울창한 숲을 비집고 아스라한 ‘일곱 우물의 오솔길’이 ‘부활의 예배당’으로 이어진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묘원이 시작되지만, 무성한 숲속에 여기저기 묘비들이 흩어져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자연물 같아 보인다. 묘원 전역의 디자인 개념은 ‘부활’이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숲은 모든 생명의 탄생지이며 안식처다. 비록 납골한 육신은 땅속에 매장했지만, 그들의 기억은 숲속에 남아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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