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100년 자동차 왕국 깬 중국의 ‘863 계획’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조립 승용차 ‘T모델’을 출시한 건 1908년이다. 그 후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지켰다. 신화가 깨진 건 2009년. 그해 미국은 ‘100년 자동차 왕국’ 자리를 중국에 내줘야 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약 2700만대. 1000만대를 만든 2위 미국을 큰 차이로 눌렀다.
그렇다고 중국을 자동차 ‘강국(强國)’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기술은 여전히 서구에 뒤진다. 그런데 또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은 자동차 대국이자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대수, 기술 모두 미국을 압도한다. 전기차 호조 덕택에 중국은 올 1분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돌아보면 20년 ‘레이스’였다. 중국이 국가 첨단기술 육성 프로그램인 ‘863 계획’에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건 2001년이다. ‘가솔린 엔진은 미국에 뒤졌지만, 전기 엔진은 우리가 앞서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판을 바꿔 승부한다’라는 전략이다.
‘863 계획’은 1986년 3월에 발족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가가 전략 기술을 선정하고,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대학)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중국 전기차의 대표주자 BYD 역시 2012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863 계획’은 2016년 기초과학 육성 프로그램인 ‘973 계획’ 등과 함께 ‘국가중점연구개발계획’으로 통합된다. 그러나 골격은 변하지 않았다. 국가가 나서 핵심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자원을 몰아주고, 기업과 연구소를 연결한다. 필요하면 외국 기업을 몰아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도 한다. 2016년 한국 배터리 회사가 중국에서 퇴출됐던 이유다.
전기차뿐만 아니다. 우주항공·고속철도·5G통신·수퍼컴퓨터 등이 ‘863 플랫폼’을 타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다. 육성 대상 기술은 AI(인공지능)·신에너지·신재료·양자컴퓨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전략 기술을 키운다.
헨리 포드의 손자인 빌 포드 현 포드자동차 회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늦었다. 그들(중국 전기차)은 곧 미국 땅에 올 것이다. 우리는 대응할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다.” 100년 아성이 무너지는 소리로 들린다.
‘863 계획’은 살아있다. 지금은 반도체 기술 및 생태계 육성에 필사적이다. 그들은 여전히 반도체 분야 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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