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지 기업들 매출이 20배로 뛴 까닭은

김경희 2023. 7.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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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개최된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김윤식 한국신협중앙회장(가운데) 등 세계신협 대표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우리가 은행과 다른 점은 사람을 돈보다 먼저 생각한다는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23 세계신용협동조합 컨퍼런스’에서 나온 말이다. 엘리사 맥카터 라보르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특정 지역에서 유일하게 신협만이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신협은 이렇게 기존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곳을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4억 명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조합원의 50%가 개발도상국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1971년 출범해 미국 매디슨 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신협협의회와 캐나다 신협이 공동으로 주관해 밴쿠버에서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열렸다.

118개 회원국 중 60개국 3000여 명이 참석해 각국 신협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해법을 공유했다. 한국신협도 세계신협협의회 이사국 겸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신협의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약 150조원으로, 미국·캐나다·호주에 이은 세계 4위다.

한국신협은 이날 행사에서 세션 발표를 맡아 그간의 성장 과정과 함께, 최근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과 금융사 간 경쟁 심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최초의 한국신협은 1960년 5월 미국 메리놀 수녀원 출신인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설립했다. 점차 조합을 늘리면서 1989년 신협중앙회를 창립하고, 2019년 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은행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한국신협은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두 가지 동반성장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는 조합 간 동반성장으로 현재 870개 신협 조합 중 재정적 안정성 등을 갖춘 172개 ‘멘토’ 조합이 311개 ‘멘티’ 조합을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사업 진행이다. 이태영 신협 법규제도팀장은 “예를 들면 신협이 지역의 전통문화인 전주 한지 산업을 지원하면서 한지 생산 기업들의 매출액이 연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20배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김윤식 회장, WOCCU 이사 3연임=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2019년 아시아권 최초로 2년 임기의 세계신협협의회 이사로 선출된 후 올해까지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2025년 7월까지다.

밴쿠버=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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