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에서 만난 전혜진과 최수영

전혜진 2023. 7.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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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에서 가장 '힙'한 모녀로 서로를 마주한 전혜진과 최수영. 둘 사이에는 연기와 동료애, 그 이상의 특별한 것이 있다.
「 깨부수는 전혜진 」
투피스는 Etro. 이어링은 Blackmuse. 링은 Invisible-collage.

Q : 실물이 더 근사하세요

A : 제가 화면을 잘…. 하하.

Q : 자주 듣는 말인가 봐요

A : 생각보다 키가 크다, 생각보다 뭐 하다 하긴 해요. 제가 집순이라 밖에 잘 안 나오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할까 봐요(웃음).

Q : 그동안 의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주로 욕망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연기해 왔어요. 〈남남〉의 은미도 그 연장선으로 보이는데, 출연을 결심할 때 그런 점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A : 드라마 〈엉클〉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일 거예요. 〈남남〉 감독님과 대표님을 만난 게. 감독님이 캐스팅이 아무도 안 된 상태에서 대본을 주셨어요. 처음부터 저를 생각했다면서요. ‘도대체 뭐지?’ 싶었죠(웃음). 대본을 봤는데 색다른 모녀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웹툰도 찾아본 기억이 나요.

Q : 원작 웹툰은 ‘여성으로서의 엄마’에 주목해서 환대받은 작품이기도 해요. 1화 도입부가 강렬해서 많은 독자가 뜨악했었는데 드라마는 어떤가요

A : 저는 촬영하면서 계속 뜨악했어요. ‘이래도 돼?’ 하면서(웃음). 물론 웹툰과 수위는 달라요. 갈 거면 그냥 확 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TV로 방영되기에 설정이 좀 변경됐어요.

Q : 연기하신 은미는 ‘철부지 엄마’로 소개돼요. 연기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게 있다면

A : 은미는 철이 들 수 없는 인간인 것 같아요. 제가 오은영 박사님 육아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정말 특별한 경우 말고 아이의 문제 대부분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의 영향이 커요. 은미도 마찬가지예요. 가정사가 좋지 않았어요.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았기에 덜 자란 부분이 있죠. 그런 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엄마가 되고, 홀로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해요. 철부지임에도 ‘진짜 멋있는데?’ 싶은 그녀만의 철학과 철칙도 있고요.

Q :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A :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들이 있잖아요? 암묵적으로 해야 하는 것 혹은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들. 저만 해도 그런 잣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요. 은미는 그런 게 없어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죠. 그런 와중에 또 순간 판단을 잘해요. ‘얘한테 영이 있나?’ 할 정도로. 그래서 멋있는 동시에 제가 연기해 내기엔 조금 버겁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 실제로 아들만 둘이죠? 〈엉클〉에서도 아들을 둔 돌싱 맘을 연기했는데, 모자가 아닌 모녀 관계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A : 모녀 연기는 처음이에요. 〈남남〉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봐온 모녀 관계가 아니어서 더욱 낯설었고요. 은미도 모성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식에게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마인드가 있어요. 그런데 흔히들 “나는 나고 너도 내 것!” 이러잖아요. 소유욕이 있죠. 자식에 대한 그런 게 자식 입장에선 숨 막힐 수 있고요. 제 경우엔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하지만, 그래도 제가 (손을 위로 가리키며) 위에 있긴 해요. 지시는 하죠! 가끔 ‘이를 닦든 말든 내가 왜 이렇게 집착하나’ 싶기도 해요. 요즘 그걸 깨부수려 하고 있어요. 자식을 놔줘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데, 저는 좀 더 빨리 놓으려고요.

Q : 최수영 배우가 당신의 팬이었다고요. 함께하면서 어땠나요

A : 오래전에 영상통화를 한 적 있어요. 함께 있던 친한 동생을 통해서였는데 “언니, 수영이가 언니 팬이래!” 하길래 “정말?” 하면서 영상으로 인사를 했었죠. 호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땐 약간 연예인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소(녀)시(대)’잖아요. 그러다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만났는데,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촬영할 때는 그래도 격이라는 게 있었는데 끝나고 나서 더 남남 같지 않은 관계가 됐죠.

재킷과 스커트, 슈즈는 모두 Versace. 이어링은 Invisible Collage. 링은 Blackmuse.

Q : 배우 전혜진 하면 많은 대중의 머릿속에서 ‘멋있다’가 출력되는 듯합니다. 실제로 그런 말 많이 들으시죠

A : 관심 자체가 놀라울 뿐이에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이 시대가 원하는 상이었다는 걸 실감할 때도 있고요.

Q : 〈불한당〉 천 팀장은 누아르영화에서 여성 캐릭터 클리셰를 깨부순 인물이었어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송가경 역시 미디어가 그려온 기존 여성 캐릭터를 박력 있게 뒤집었고요. 일련의 변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도 있나요

A : 자부심이라기보다 어릴 때부터 목말라 했던 부분들이 정말 변하는 걸 느껴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욕망하는 여자 캐릭터들을 보면 저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서 반가워요. 제가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땐 진짜 없었거든요. 그래서 배우에 대한 큰 기대가 없기도 했고요.

Q : 그 벽을 스스로 허물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은데요

A :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웃음)….

Q : 극중 캐릭터뿐 아니라 실제로 동료와 제작자 사이에서도 멋있다는 평이 자자하더군요. 〈헌트〉 때는 정우성 배우의 술친구였다고

A : 어디서 들으셨어요? 하하. 그 무리가 있어요. 술 좋아하는 무리들.

Q : 남성 세계를 그린 작품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기세가 있어요. 기질적으로 호탕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A : 저는 선배든 후배든, 남자 동료들이 좀 더 편하긴 해요. 왠지 모르겠는데, 말도 잘 통하고 편해요.

최수영이 입은 코트와 셔츠는 모두 The Row. 이어링은 Portrait Report. 전혜진이 입은 셔츠와 베스트는 모두 The Row. 링은 Vokchoi.

Q : 극단 차이무 출신이죠. 차이무 창단 20주년 공연에도 출연했던데, 차이무가 당신에게 남긴 유산은

A : 새로 태어난 거죠. 저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였죠. 우연히 연출의 부름을 받고 대타로 들어갔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 안에서 함께 공연하고 밥 먹고 술 마시는 게 좋았고요. 저희는 또 막내에게 돈을 가장 많이 줬어요. 특이한 극단이었죠. 그 시절은 지금도 생생해요. 떠올리면 마냥 즐겁고요.

Q : 연기 베이스가 된 출발점이 좋네요

A : 연기는 엉망이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난 덕이죠. 그때는 연기를 잘하고 싶단 생각도 없었고, 이러다 끝나겠지 생각했어요. 그 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생각 못 했죠.

Q :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지금도 없나요

A : 있더라고요. 팬들의 영향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저를 안다면 “어떻게 절 아세요?”라고 물어봤어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때도 “감독님, 저를 알고 캐스팅한 거예요?” 그랬고요. 그러다 팬 층이 생기면서 편지를 받았는데, 그런 내용이 있어요. 저로 인해 ‘용기를 얻어 다시 4수를 해야겠다!’ ‘포기했던 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편지를 보면 부담감은 아니고, 그에 부합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한자리에 머무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고요.

Q : 배우로서 살 것 같은 확신이 든 건 언제인가요

A : 어릴 땐 낯선 환경에 놓이는 걸 많이 힘들어했어요. 직장이 불편하면 안 되는데, 촬영현장이 낯설다 보니 힘들었죠. 그게 아이들 키우면서 변했어요. 경험과 경력, 연륜이 섞이면서 현장이 편해지기 시작했고요. 요즘은 현장 가면 스태프나 배우들과 그래요. ‘어이, 형제 왔어?’(웃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즐기게 된 거죠.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더 유연해졌고요.

Q : 얼마 전 칸영화제에 〈탈출〉과 〈잠〉으로 초청된 이선균 배우 일정에 가족 모두가 동행했죠? 부부가 영화인으로서 함께 무대를 밟는 게 굉장히 ‘영화적’으로 다가왔어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A : 저희는 일에 있어서는 갈수록 각자가 되는 것 같아요. 한집에 살지만, 배우로서는 같을 순 없으니까. 이번엔 두 작품이 다른 섹션에 동시 초청돼 축하해 주고 싶었어요. 〈불한당〉 때 밟은 칸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간 것도 있고요. 그때 극장 관객들이 장면 하나하나 반응해 주시는데… 와, 배우로서 뭉클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참 좋더군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보는 거라 그런지 진지하면서도 즐길 줄 알더라고요. 다음에 가면 더 잘 놀 수 있겠다 생각했죠. 현재 당신의 연기 동력은 동력은 일상의 탈출(웃음)? 촬영을 끝낸 작품 중에 첩보 액션 코미디 〈크로스〉가 있어요. 덕분에 처음으로 운동해 봤어요. PT도 받고요. 그런 일련의 과정이 뭐랄까,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건 아니고 ‘게으른 나를 깨운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다음 캐릭터를 또 기대하게 만들죠. 다음 인물에게선 뭘 배울까 싶어서 말이죠.

「 뻗어나가는 최수영 」
코트와 팬츠는 모두 Wooyongmi. 톱은 Recto.

Q : 〈남남〉 공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네요

A : 제 작품을 이렇게 기다리는 건 오랜만이에요. 촬영이 끝난 작품은 시원하게 보내는 편인데 〈남남〉은 달라요. 모녀 이야기, 여성 서사를 많이들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Q : 안 그래도 지난 〈엘르〉 인터뷰에서 “대본이 재밌어도 그냥 소비되고 마는 여성 캐릭터는 끌리지 않더라”라고 했어요. 〈남남〉은 그에 더없이 부합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더군요

A : 맞아요. 한국에서 모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많지는 않았잖아요? 〈남남〉은 코미디로 진입장벽을 확 낮추고, 마음 울리는 이야기로 공감을 살린 드라마예요. 미혼모 여성과 딸, 그들이 맺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공감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어떤 게 정상가족인데?’ ‘어떤 게 주류이고, 비주류인데?’라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Q : 딸 진희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요? 원작과 달라진 면도 있어서 고민했을 것 같아요

A : 처음 혜진 언니와 연기한다고 했을 때 ‘좀 더 딸처럼 보이려면 스타일을 어떻게 하지?’ 생각했어요. 바로 반성했죠. 딸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이 작품의 결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은미처럼 ‘쿨’하고 ‘힙’한 엄마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어떤 모습일지에 주력했어요.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성실한 여성이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돌아 있는(웃음)? ‘역시 은미 딸’이라는 지점이 있는 모습을 그리려 했죠.

티셔츠와 팬츠, 레더 장갑은 모두 Alexander McQueen.

Q : 전혜진 배우의 팬이었다고요

A :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의 80%는 전혜진 선배님을 만난다는 거였어요. 팬이었던 배우와 한 작품에서 만나는데, 그게 또 직장 상사나 언니가 아니라 엄마라니.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고등학생 때 딸을 낳았다’는 설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조합이니까요. 선배님과 함께한 현장은 매 순간이 꿈같았어요.

Q :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 양자경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모녀 관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중 인상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 선생님과 고현정 선배님이 보여준 모녀 이야기, 〈라이브〉에서 정유미 선배가 공황장애가 있는 엄마와 했던 대화들…. 노희경 작가님이 그리는 모녀 이야길 좋아해요. 모녀 이야기는 아니지만, 엄마와 아들 관계를 다룬 〈힐빌리의 노래〉라는 작품도 언급하고 싶군요.

Q : 론 하워드의 작품 말이군요

A : 네. 부모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결핍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상황에서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겐 성장 드라마처럼 느껴졌어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우리 부모의 부모 세대는 전쟁을 겪었잖아요? 전쟁 트라우마를 우리 부모 세대가 고스란히 안으며 자랐죠. 그 부모 세대가 또 IMF라는 내상을 겪으면서 우리 세대가 그 자장 안에 놓였고요. 그러니까 어떤 불안과 결핍들이 세대를 이어온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래요. 부모님도 그런 과정을 겪으셨고, 저는 그 안에서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그걸 성장통으로 삼으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런 지점이 작품에 녹아 있어서 크게 공감했어요.

Q : 오, 작품을 깊게 감상하는 편이군요

A : 그 작품을 책으로도 좋아하는데, 영상화도 잘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Q : 데뷔만 놓고 보면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 출발 시기가 같아요. 다만 연기는 휴지기가 조금 길었는데, 배우로서 현장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붙은 건 언제부터인가요

A : 근 2년 정도. 현장이 ‘실패의 장’이라고 느끼기까지, 그러니까 ‘난 여기서 실패해도 돼’라고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저는 늘 완벽하려고 했거든요. 아이돌 출신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죠. 한번은 오디션을 보는데, 캐스팅 디렉터가 그러더라고요. “잘하는데 못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 같다”고. 듣는데 소름이….

Q : 핵심을 짚었군요

A : 저는 못하는 게 늘 두려웠거든요. 심지어 제 태도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할까 봐 그거 신경 쓰느라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늘 불안해하고, 눈치 보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혼자 피해의식에 휩싸여 자유롭지 못했던 거예요. 그렇게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한곳으로 모으는 훈련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심한 게 미움받자, 욕 좀 먹자! 혹여 내 부족함이 주변 사람 귀에 들어가도 조금 담대해지자, 이런 생각을 한 게 2년 정도 됐어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팬레터를 보내주세요〉를 거치면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어요. 〈남남〉이 방점을 찍은 것 같고요.

Q : 부족함을 토로했지만 노래와 춤, 사회, 연기 등 재능이 다방면으로 많아요. 어디에서 온 DNA인가요

A : 엄마가 음악을 하셨어요. 아빠도 말재주가 좋으신데, 그래도 소녀시대 DNA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데, 20대 때 막연하게 쌓은 경험이 제 안에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사회를 봐도, 예능을 해도, 무대에 서도, 경험했던 것들로 인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제가 보여요. 사실 이전엔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느꼈을 또래의 감정을 내가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이젠 알아요. 저 또한 저만의 경험과 감정을 습득하고 있다는 걸. 30대는 과거 경험을 활용해 뻗어나가는 시기란 걸 느끼고 있어요.

Q : 너무나 훌륭한 깨달음이네요

A : 이전엔 이런 이야기도 못했어요.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데 지금은 실패를 받아들이려 하니까, 그냥 막 던져요(웃음).

Q : 2022 MBC연기대상에서 수상할 때, 관객석 화면에 윤아가 비치자 “윤아야, 지금이야. 울어야 해”라고 즉흥적으로 던진 멘트가 생각나네요. 큰 이슈가 됐었죠

A : 하하. 맞아요. 옛날엔 아이돌 말 한 마디도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곤 했어요. 지금은 대중의 취향이 넓어져 다양하게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최수영이 입은 재킷은 Golden Goose. 톱은 Loewe. 팬츠는 Ganni by Beaker. 슈즈는 Adidas. 전혜진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Loewe. 이어링은 Zara. 스니커즈는 Converse.

Q : 그나저나 빠른 연생이라 소녀시대 ‘족보 브레이커’로 불렸잖아요? ‘만 나이 도입’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빠른 연생으로서 특별한 소회가 있을까요

A : 그럼 이제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학번은 다른 윤아가 저에게 언니라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인가요? 89라인 멤버들이 제 언니가 되는 거고요? 음… 만 나이가 도입됐어도 서로 호칭을 안 바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살 어려진 건 좋은데요?

Q :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인간관계를 겪었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신뢰하게 됐나요

A : 일관적인 사람. 자신만의 신념과 기준이 있는 사람을 신뢰해요. 취향이라는 건 자주 바뀔 수 있지만, 신념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Q : 당신은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A : 너무 일관적이라 약간 심심한 사람이죠(웃음). 일탈도 조금 해서 ‘쟤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하는 매력이 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요.

Q : 일관적인 사람인 수영의 신조는 뭔가요

A : 요즘은 ‘Failing Forward’라는 말을 많이 생각해요. 실패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과거의 저는 주춤거리는 캐릭터였어요. 걱정이나 불안도 많았고요. 지금은 그냥 안 좋아도, 누가 뭐래도 전진하려고 해요.

Q : 〈남남〉을 찍으며 가족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했을 텐데, 가족도 타인일까요

A : 가족은 철저한 타인이고, 남이죠. 부정적 의미에서 남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배려해야 하고 가장 조심해야 하고 가장 보살펴야 하는 타인임을 부쩍 느껴요. 이전의 저는 그게 거꾸로였거든요. 가족 외의 남을 챙기기에 더 바빴던 것 같아요. 20대 중반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가장 예의 있게 대해야 하는 사람이 가족임을.

Q : 공감해요. 많은 사람이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가장 무례하니까요

A : 네. 그래서 문제죠.

Q : 마지막 질문입니다. 33세의 수영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A : 출발선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꽉 찬 ‘제로(0)’처럼 느껴진달까요. 저는 지금이 가장 주체적이고, 가장 주관적인 동시에 나를 철저하게 객관화할 수 있는 멘탈까지 훈련된 시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의 제로예요. 꽉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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