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민 사는 철근 빠진 아파트, 정밀진단 뒤 보완공사”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져 시공사인 GS건설이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을 쓰게 된 ‘철근 누락’ 사태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도 ‘순살 아파트’가 드러나면서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검단 아파트와 같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고 이런 조사 결과를 밝혔다. LH는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했다.
LH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는 전국에 91개 단지다. 35곳(38%)이 이미 준공을 했고, 56곳(62%)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LH는 91개 단지에 대해 구조설계사무소, 안전진단 전문기관 등과 함께 지난 5월 3일부터 비파괴 검사 등을 동원해 합동점검을 벌였고, 그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전단보강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이 8개 단지, 지방이 7개 단지다. 분양 아파트가 5개 단지, 임대아파트가 10개 단지로 분양과 임대를 가리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는 무게를 버티는 보가 없고 기둥에 슬래브가 바로 연결된 형식이다. 이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전단보강근 설치가 필수적이다.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도 지하주차장 기둥 32개 전부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9개(60%) 기둥에서 전단보강근이 빠졌다.
이번에 LH 점검에서 적발된 15개 단지 가운데 10개 단지는 설계상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설계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누락한 것이다. 나머지 5개 단지는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경우였다. 다만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모두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보다 높았다. 주차장이 무너진 검단아파트는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보다 30% 낮았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아파트 중 현재 입주를 마친 단지는 5곳이다. LH는 “4개 단지는 입주자와 협의하고 있거나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며, 이후 보완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1개 단지는 현재 보완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 입주하기 전인 나머지 10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완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LH에 “무량판 구조로 설계·시공하면서 전단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겼다”며 “설계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또는 고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15개 단지의 설계·감리가 언제 발주됐고, 여기에 관여된 사람은 누구인지 철저하게 조사해 관련자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는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100여곳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진행해 철근 누락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원 장관과 이 사장은 경기도 시흥시 은계지구 상수관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원 장관은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오게 된 불량 자재를 구매한 자 및 이에 대한 당시 감독 책임자 등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고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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