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인 역대 대통령 가족들 “여긴 여당도 야당도 없다”

김준영, 조수진 2023. 7.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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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만나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 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 윤보선 전 대통령 아들 윤상구 국제로타리재단 부이사장,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을 초대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선대의 갈등과 대립을 후대가 통합의 정신으로 역사적 화해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를 거쳐 간 역대 대통령 12명의 물품과 사진 등을 둘러보며 대통령의 가족들은 추억을 꺼내 공유했다. 조혜자 여사는 “아버님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가 꿈틀대는 듯하다. 외교 인프라가 부족하던 그 시절 아버님은 직접 외교 문서를 쓰셨고 한·미 동맹과 관련한 문서를 작성하셨다”고 말했다. 윤상구 부이사장은 “아버지가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셨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지난 29일 문화체육관광부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진행 중인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특별전시를 관람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현철(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조혜자(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여사, 윤상구(윤보선 전 대통령 아들) 국제로타리재단 부이사장, 김홍업(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지만(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EG 대표이사, 노재헌(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박지만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그린 반려견 ‘방울이’ 스케치를 보며 “아버지는 군인이 되기 이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그림도 잘 그리셨다”고 말했다. 또 누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 ‘저도의 추억’에 대해선 “‘저도의 추억’은 어머니(육영수 여사)가 숨진 뒤 쓰신 아버지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고 회고했다.

노재헌 이사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퉁소 앞에서 “아버지는 노래를 잘하셨고 퉁소와 휘파람 솜씨도 뛰어났다. (1991년) 멕시코 방문 땐 ‘베사메 무초’를 부르셨다”고 말했다. 김현철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를 보며 “새벽 조깅은 아버지에게 국정에 대해 담대한 결심을 하는 일종의 집무 의식이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1993년) 금융실명제를 선포한 그날 새벽”이라고 말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만찬 기념사진에 대해 “우리 역사에서 드문 사진”이라며 “아버지는 회고록에서 ‘나는 국민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들과 국정 경험을 나누며 국난 극복의 지혜를 얻고자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행사는 ‘진영과 증오의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 정치권의 현실과 대비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에서 더 극적이었다. 윤상구 부이사장이 행사 도중에 했다는 “여기 전시실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는 말이 이날 모임의 상징적 의미를 대변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정부 시절 정치적 견해차로 사이가 멀어졌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정변으로 사임했다. 그럼에도 윤상구 부이사장이 청와대 전시회에 온 건 그만큼 통합에 대한 염원이 쌓였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선대의 악연을 뛰어넘는 ‘화해’와 ‘통합’의 상징적 무대였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현철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대의 영향으로 2세들도 오래 서먹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립만 해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으냐’는 뜻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재국(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문준용(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씨도 우리와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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