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3도 열돔 “선인장도 질식사”…알프스는 만년설 녹아

배재성, 이유정 2023. 7.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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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사구아로 선인장이 극한의 더위로 인해 말라비틀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례 없는 폭염과 수퍼 태풍으로 지구촌이 극한 기온의 고통에 빠져들었다. 미국 중남부 도시에선 한 달간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했고, 중국은 12년 만의 폭우로 남동부 푸젠성에서만 9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중서부 애리조나 주도 피닉스시는 43.3도를 찍으며 역대 최장인 30일 연속 40도를 웃돌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종전 최장은 1974년 기록된 18일간이었다.

피닉스의 사막 지대에선 한밤중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이 지역 명물인 ‘사구아로 선인장’마저 질식사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최대 12m까지 자라는 사구아로 선인장은 뜨거운 사막 날씨에 잘 적응한 식물로, 저녁에는 잎의 기공을 열어 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한다. 하지만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되자 선인장들이 스트레스로 질식하거나 고사하고 있다고 식물 전문가들은 말했다. 미 동남부 플로리다 연안에선 해수 온도가 치솟으면서 산호초가 폐사하는 백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38~43도의 뜨거운 공기가 머무르는 ‘열돔 현상’이 계속되면서 인구(3억4000만 명)의 절반이 넘은 1억7500만 명이 열돔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NWS는 “몬순 등의 유입으로 습하고 뜨거운 열돔이 중남부에서 동부로 이동 중”이라며 “고온으로 딱딱하게 굳은 지표면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면 돌발 홍수 등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텍사스에선 66세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25일엔 일리노이에서 에어컨이 끊긴 아파트에 머무르던 53세 여성이 사망했다.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도 지난 21일 71세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뉴욕·시카고·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들은 무더위 비상 계획에 돌입했다. 이들 도시는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더위 대피소로 활용하고, 공공 수영장 운영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1986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실종됐다 만년설이 녹으면서 이달 중순 독일인 등반가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등산화.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알프스에선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36년 전 실종됐던 독일 산악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이달 중순 두 명의 등반객이 체어마트의 테오둘 만년설 부근을 등반하던 중 지표면으로 드러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가디언은 “지난 세기 동안 알프스에선 최소 300명이 실종됐으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의 시신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와 알프스를 경계로 맞댄 이탈리아도 역대급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고, 그리스는 산불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선 제5호 태풍 ‘독수리’(최대 초속 50m)의 영향으로 30일까지 많은 비가 쏟아졌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30일 오전까지 베이징에 평균 228㎜의 폭우가 내렸다. 이에 따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항공편 37편이 취소되고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중국 기상 당국은 지난 29일 오후 6시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태풍이 가장 먼저 상륙(지난 28일)한 푸젠성에선 9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기상청은 “이번 태풍으로 다음 달 1일까지 베이징·톈진·허베이·산둥·산시 등에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재성·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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